라이프(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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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의 장례식
대학교에 다닐 적에 늘 붙어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MT에서 처음 본 영민이는 인상이 험악하고 곰처럼 덩치가 컸는데 왠지 정이 갔다. 우리는 같은 영문과에 다녔고 집도 서로 가까웠다. 영민이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를 몰았다. 뿅카라고 불리던 비싼 오토바이도 있었다. 영민이, 건주, 나 이렇게 셋이 친했다. 영민이와 나는 학교 뒷편 오락실에서 철권이라는 게임을 자주 했다. 둘 다 막상막하였다. 수업이 끝나면 영민이는 늘 나와 건주를 집까지 자기 차로 바래다줬다. 우리에게 영민이는 형같은 친구였다. 영민이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친구들한테 술도 사고 밥도 샀다. 영민이 차로 서울에 올라와 1박 2일로 여행했던 기억도 나는데.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거실에 누워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020.08.22 -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를 추천하는 이유
시가 살아 있거든요. 찰스 부코스키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현대 시인의 이름이다. 지금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다. 찰스 부코스키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로스엔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사회의 낮은 곳에서 하층민으로, 노동자로 지냈다. 이십대에 글을 썼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삼십대에 큰 병을 앓고 죽다 살아난 뒤 시와 소설을 쏟아냈다. 찰스 부코스키에게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1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한 출판사의 제안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찰스 부코스키는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일하며 약 12년 간 시를 썼으며 50대가 되어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사망했으니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시들은 종종 생동감이 없어서 읽기가 너무 힘든 경우가 있다. ..
2020.08.21 -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서평
광화문 교보문고 안을 서성거리다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책이 있다. 최영미 시인의 이다. 사회 지배층, 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전체 시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신랄한' 수사와 은유가 자주 쓰였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시집 돼지들에게에서 좋았던 부분과 시집에서 소개한 다른 시인을 소개한다. 발췌 그는 불행과 고통의 친구이며 망설이는 자들의 이웃,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진 이들의 후원자. 시멘트 벽에 흩어지는 빛과 바람을 모아 가난한 언어의 그물을 짠다 시인 책에서는 '삼십 세에 자신의 집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미국의 시인.' 이라고 소개했다. 좀 더 알아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실비아 플라스의 글은 무섭고, 잔혹하고, 솔직하기로 유명했다. 페미니즘 문..
2020.08.20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서평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시집을 읽었다. 시집을 읽다 보면 독자는 전혀 생각을 안 하는 자아도취적인 작가의 글을 보게 된다.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서 쓰는 글은 배설물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강 작가의 시는 나쁘지 않다. 시선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대체로 차분하다. 가끔 한자가 들어가 있는 시가 있는데 나처럼 한자를 잘 모르는 무식자들은 어떻게 보라는 건지 원. 한자 옆에 괄호 열고 한글로 쓰고 괄호 닫는 성의를 좀 보여주면 어디 덧나는가. (이건 편집자가 할 일인가?) 한번은 한강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동굴 속에서 살다가 나온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어둡고 차분한 느낌. 색으로 치자면 검정색 그 자체였다. 결국 그 분위기에 이끌려 보게 된 책이다. 서랍에 저..
2020.08.19 -
넷플릭스 추천 다큐 Churchills's Secret Agent
https://www.netflix.com/title/80195811 비커밍 에이전트: 나치에 맞서라 | Netflix 공식 사이트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명성을 떨친 영국 비밀 부대 SOE. 14인의 후보가 SOE 요원이 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리얼리티쇼. www.netflix.com 영화 킹스맨에는 첩보원이 되기 위해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나온다. 테스트에서 도중 탈락하는 사람은 집으로 가야 한다. 넷플릭스 다큐 Churchill's Secret Agent는 킹스맨의 첩보원 양성과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SOE라는 영국 첩보부대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과거 SOE의 훈련 과정을 그대로 가..
2020.08.15 -
넷플릭스 다큐 추천 Team Foxcatcher
미국 최대 화학 재벌 듀폰가의 상속자인 존 듀폰은 미국레스링협회를 후원했다. 자신의 레스링팀 폭스캐처를 만들고 선수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경찰이 듀폰 소유의 사격장에 와서 사격훈련을 하기도 했고 그의 헬기나 무기 등을 빌려가기도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세간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내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외로웠다. 사교적이지 못했다. 유년기를 친구보다는 어머니와 보냈고 방 안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정서적인 궁핍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꼈다. 게다가 미국에서 손꼽는 부를 가진 듀폰가의 상속자였기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이득을 보려는 파리들이 가득했다. 레슬링팀을 후원하면서 그들과 친구로 지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미국 레슬링 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와 제일..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