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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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라이즈 영어대본으로 공부하기
어제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이틀째 비포선라이즈앓이 중이다.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영화를 왜 이제야 봤는지 후회했다. 옛사랑의 추억도 온종일 떠올라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이 영화를 봤었더라면 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리움은 쌓였고 얼어붙은 가슴은 녹아내렸다. 영어대본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는 소리를 듣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방대한 양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비포선라이즈 대본 구성은 기존의 영화대본과 다르다. 주요 씬(Scene)별로 주요장면과 함께 나눠져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레코드샵에서 남주와 여주가 서로를 흘끗 쳐다보는 씬이다. 대본에서 Scene6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씬..
2020.09.15 -
문장수집 7 김승옥 <무진기행>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책이 있다. 김승옥의 도 그러하다. 민음사에서 나온 무진기행을 세번이나 샀다. 한권은 빌려줬다가 못 받았고 한권은 실종됐다. 필사하려고 다시 한권을 샀다. 끈질긴 인연이다. 연필로 필사하는 일이 괴로워서 몇페이지 배껴쓰다 책장에 꽂아뒀다. '문장수집'에 소개할 목적으로 다시 을 꺼내본다. 소설 은 세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작가의 말'만 읽어도 책값 9천원을 뽑는다. 여태까지 읽어본 작가의 말 중에 가장 멋스러운 글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
2020.09.15 -
문장수집 6 루피 카우르 시집 <밀크 앤 허니>
찰스 부코스키 덕분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영시는 어찌 그리 재미가 없는지. 읽는 게 고역이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는 달랐다. 그는, 어디선가 본 노숙자 같기도 하고 철학자 같기도 했다. 야한 농담도 하고 그렇게 솔직할 수가 없다. 그의 시를 필사한 적도 있었다. 찰스 부코스키 덕에 다른 시인도 찾아보게 됐다. 찰스 부코스키 다음은 전쟁시(나중에 소개하겠음)였고 전쟁시 다음이 루피 카우르의 시였다. 남녀가 성으로 갈린 이 시국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까끌까끌한 면이 있다. 페미니스트 자체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남성을 거부하는 일부 여성은 결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의 어떤 주장은 동조할 수밖에 없다. 남자인..
2020.09.14 -
manner
she is an American English teacher her hair loss has been severe since childhood according to her mouth she wears a bandana on her head i went to a bar a little far from Konkuk University Station with her darn, it's self service-bar here i hate self-service though she said with an awkward smile she's teaching young children in Gangnam she wants to learn Korean she met a Korean man on Tinder as s..
2020.09.13 -
문장수집 5 백은선 에세이 <연재를 시작하며>
백은선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지난밤까지 만해도 몰랐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웹진을 발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이트에 접속해 이것저것 둘러봤다. 유명 작가들이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었다.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자신의 소회를 담은 가 좋았다. 시작글을 쓸 적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기대됐고 작가의 마음상태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백은선의 에세이글 제목 는 자아 깊숙한 무의식의 영역을 건드렸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백은선 에세이 시작글 를 읽고 파르르 떨었다. 나랑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시작글에 뺄 글이 없으므로 통째로 옮겨본다. 선한 것을 믿고 싶지만 대체로 불신하기를 좋아하며 아름다움보다 추함에 끌리곤 한다. 가능태를 따져보는 것을 습..
2020.09.13 -
문장수집 4 김훈 칼럼 <가로수의 힘겨운 봄맞이>
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분위기가 내게 술을 요구할 때 거부하지 않을 뿐이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술에 금방 취하고 숙취도 오래 간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일이 열번쯤 됐을까? 술을 부러 찾지 않게 되었다. 어제는 교보문고에서 삐딱하게 서서 글을 읽고 있었다. 인터넷 신문사 편집부장 채형에게 전화가 왔다. "한 잔 하세" "어디서 볼까요?" 한달 만의 술이었다. 소주를 마시면 내일이 망가진다는 공포감에 맥주를 주문했다. 채형은 진로 소주, 나는 테라 병맥을 잔에 따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읊조렸다. 2차는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 앞 노상 탁자였다. 이번엔 캔맥주였다. 채형은 기네스 나는 칭따오를 골랐다. 채형은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취향이다. 문학, 영..
202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