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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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이 사라졌다
변하지 않는 건 없었다. 우기였고 갑작스런 폭우에 온몸이 젖은 적도 있었고 생전 처음으로 무릎까지 차는 도로 위를 걸어보기도 했는데 비 때문은 아니었다. 추억 속의 방콕이 사라졌다. 택시 기사들의 한결같은 바가지 수법 네이버 태국여행 커뮤니티 태사랑 카페에 요즘 택시 바가지 글이 자주 올라온다. 택시에 처음 탈 때와 요금 계산할 때 요금이 다르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나 역시 겪은 일이라 남일 같지 않았다. 나는 출장으로 방콕에 몇달 간 머무른 적도 있었고 그 뒤로도 방콕을 수차례 찾을 정도로 방콕을 좋아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의 횡포 아닌 횡포를 겪고 난 후로 방콕이 싫어졌다. 짜뚜짝 주말시장에 갔다가 통로에 있는 마사지숍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랩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큰 길가로 가서 택시를 잡았다..
2022.10.26 -
비행기로 다녀온 서울여행 1박 2일
서울에 다녀왔다. 13년간 서울에서 살았던 터라 대부분의 풍경은 낯이 익었다. 과거에 썸을 탔던 누나를 만났는데 하필이면 내가 즐겨찾던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온지 6개월이 넘었는데 홍대에서 저녁이 되자 마을버스를 타고 과거에 살던 성산동으로 마을버스를 탈 뻔했다. 홍대와 합정은 몹시 익숙한 장소였다. 회사 동료에게 주말에 서울에 간다고 얘기했더니 비행기를 타보라고 했다.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서울에 갈 수 있고 KTX보다 운임도 저렴하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KTX는 물론이고 ITX새마을 기차요금보다 더 쌌다. 네이버 검색으로 진에어편 왕복 항공권을 예매했고 그렇게 서울여행의 막이 올랐다. 처음 방문한 광주공항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행 비행기도..
2021.10.17 -
인천국제공항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게 아니었다. 인천공항을 목적지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봤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비행기날개를 묶기 수년 전의 기사였다. 사람들이 뜨거운 여름을 피해 공항으로 피서를 떠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들이 공항으로 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를. 일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했는데 당분간 해외를 나갈 길이 사라졌다. 공항이 보고 싶어졌다. 김포공항 말고 인천국제공항에 가야지 계획했다. 어렵게 일정을 짜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날이 되면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역에서 내리면 되니까. 일몰이 시작될 무렵인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공항 안으로 쏟아지는 노을빛을 만나길 기대하면서. 시집을 한 권 챙겼다. 지하철에서 왕복 두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무료할까봐 책을 ..
2020.10.22 -
강릉으로 혼자
내일 아침이 되면 집 밖을 나설 거야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갈 거야 서울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삼천 원짜리 호두과자를 사고 한 개만 먹을 거야 편의점에서 커피 우유를 사고 승차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갈 거야 마스크를 낀 아주머니에게 참치 꼬마김밥을 달라고 할 거야 아침 식사를 비닐봉지에 넣은 채로 자박자박 걸어갈 거야 기차 안에 앉으면 창가 자리에 앉아 찰칵 사진 찍을 거야 사진이 잘 찍혔는지 보고 마음에 들면 너한테 보내줄 거야 새로 산 중고 책을 왼손에 펼쳐 들고 창밖 풍경과 종이를 번갈아 바라볼 거야 유리창 너머 산과 들판을 보며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더듬을 거야 강릉역에 도착하면 우와 강릉이다 속으로 소리치며 피식 웃을 거야 흐릿한 하늘이 나를 안목해변까지 걷도록 안내할 거야..
2020.10.18 -
오즈모포켓 개봉기
액션캠을 샀다. 고프로를 샀다가 도로 중고나라에 판적이 있다. 스마트폰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들림을 잡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빠르게 걷는 영상을 촬영할 때는 스마트폰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했다. 불편했다. 나온지 한참 됐지만 DJI 오즈모포켓을 다시 검색해봤다. 출시 초반에는 업데이트도 없고 사후관리가 엉망이라는 나쁜 리뷰가 많았는데 작년에 몇차례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치고 좋은 평을 받고 있었다. 방콕 한달살기할 때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오산로드 도보여행도 찍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IT 기술은 하루가 빠르게 진보한다. 이 조금만 녀석으로 4K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하드웨어적인 손떨방(Image Stabilization)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면의..
2020.01.14 -
방콕 에어비앤비 더머스탱네로호텔 5호실 더플라밍고 리뷰
머스탱네로의 셋째날은 5호실인 더플라밍고에서 묵었다. 직원이 우리가 아침에 나간 후에 짐을 옮겨줘서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다른 숙소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더플라밍고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일단 좁고 뭔가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란다에서 인생샷을 건졌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머스탱네로 도착!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보다 조금 비싼 그랩을 여행 내내 이용했다. 5호실 키를 받고 들어가본다. 흐엑. 이게 뭐람. 무서웡! 화장실은 깨끗했다. 침실도 아늑했지만 뭔가 모르게 무서웠다. 특히 분홍색으로 칠해진 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분홍을 싫어했나.. 얘는 또 모야! 너 누구니? 무서웡! 무섭다구! 컵이랑 칫솔, 샤워캡 같은..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