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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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記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수년'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두명이 누우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조그마한 방에서 지내면서 유일한 낙이라곤 블로그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 술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여행과의 인연은 그다지 길지 않다. 나 스스로 오타쿠 기질이 강한 나머지 방안에 콕 박혀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게 취미 생활의 전부였다. 지인을 만나러 밖에 나가 횡설수설을, 간혹 우설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부딪히거나 연인을 만나러 나가는 게 외출의 이유이자 핑계거리였다. 팸투어(기업이나 지자체가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기자나 블로거를 초청하여 관광, 숙식, 행사참여 기회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 초청을 받아 방방곡곡 여행하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여행 후에 따르는 포스팅에 대한 의무..
2013.08.14 -
어느 20대의 유서를 읽고
20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쓴 것으로 알려진 유서가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어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글을 이토록 잘 쓰는데, 시인이나 소설가로 성공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니 더 안타까워집니다. 글쓴이의 처지를 생각해본다면 이 또한 무리한 기대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가난한 현실을 유지하기에도 벅차, 편하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생각 조차 못했겠지요. 가난해서, 빚이 있어서, 딸린 식구들이 있어서, 그 딸린 식구들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버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삶을 포기해야만 했을겁니다. 만에 하나,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됐다면 그 곳에서는 꼭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삶은 느리게 흘러간다. 힘겨운 하루가 어서어..
2013.07.27 -
어떤 책을 읽을까? 권장도서 리스트 10
모바일, 이북, 각종 인쇄물까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정보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했던 경험이 한두번은 있으실거에요. 이런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 공신력있는 기관, 대학, 언론사의 권장도서 리스트를 취합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Wikipedia, Guardian, Modern Library, Time이 선정한 권장도서 목록입니다. 사진 Johan Larsson 01 서울대 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권 http://book100.snu.ac.kr/book/ 02 문화체육관광부 이달의 추천도서 http://www.mcst.go.kr/web/cultureInfoCourt/monthServ/monthBook/monthlyBook.jsp 03..
2012.10.12 -
미녀의 돼지저금통과 박민규의 소설
지금의 직장 이전의 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출근한지 한달쯤 됐으려나. 사무실에, 그 것도 바로 내 앞에 예쁘게 생긴 여직원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오, 예쁘다. 싶을만큼. 그녀의 이기적인 외모 때문인지 다른 여직원들로부터 약간의 따돌림을 받고 있는 눈치였다. 남자직원이라곤 임원분들 외엔 나 하나뿐이었으므로 그런, 엽기적인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만 했다. 여직원들로부터 보고 들은 것만 책으로 엮어도 세 권은 족히 나올 정도니까. 하루는 도와줘서 고맙다며 술을 마시자는 그녀. 미녀가 막걸리를 쏜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9년 히트상품 1위인 그, 막걸리'님' 을 뵙기 위해 그녀의 집 앞으로 향했다. 영양가라곤 어릴적 학교 앞에서 팔던 테이프과자 만큼도 없는 무미건조한 ..
2011.09.01 -
크러쉬 잇(Crush It)을 읽고
마지막으로 작성한 도서 리뷰 글이 2009년 6월의 글입니다. 2년 전입니다. 그렇다고 책과 안녕을 고하거나 담을 쌓은 건 아닌데 어느 때 부터인지 책 리뷰를 따로 작성하는 일에 싫증을 느꼈나봅니다. 아니, 무관심해졌다고 해야 하나요. 귀차니즘의 일종일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독서는 밥을 먹는 것처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르지 않는 편인데 지하철 출퇴근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내어줍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게리베이너척의 크러쉬 잇을 읽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게리베이너척은 Wine Library TV와 함께 블로그에 소개한 기억이 있습니다. WINE LIBRARY TV, 비디오 블로그로 와인 전문가 되기 http://bloggertip.com/3650 ☞ 아이폰 앱 Camera+로 ..
2011.07.22 -
음악과 나
아, 이게 며칠만의 포스팅인지. 회사 다니느라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고 설렁설렁 글을 쓰는 건 싫어서 댓글하고 방명록 정도만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주말이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해서 글을 써봐요. 음악이 맺어준 인연과 고마운 사람들과의 추억은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헤어진 A가 좋은 음악을 발견했다며 들려준 그노래 IRIS를 듣고 있어요. High School Fever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올라갑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였는지 시스템 다이어리에 발라드 노래 가사를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외우거나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돌려보고 제 다이어리가 꽤나 인기가 좋았습니다. 사랑할수록(부활), 밤의 길목에서(김세영)..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