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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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1 홍인혜 칼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정리하려고 메뉴 을 만들었다. 칼럼과 책에서 찾은 문장을 발췌하여 소개할 계획이다. 은 이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새글이 올라오는 메뉴가 될 것이다. 오늘은 홍인혜 작가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홍인혜 작가는 2018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시 부분에 당선, 등단했다고 한다. 고작 그녀의 칼럼 몇 개와 책 몇 페이지만 읽어봤지만 엄청난 작가가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엄청난'이라는 단어 외에는 아직까지 그녀를 설명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홍인혜 작가가 신문사에 기고하는 칼럼에서 좋았던 문장을 정리한다. - 사실 그런 지순한 성정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안달하는 성미에 가깝다고 하겠다. - 나는 이러한 것들을 마음의 '거스러미'라고 부른다. 삐죽 돋아나 따끔따끔 마음이 쓰이고 종국엔..
2020.09.07 -
한국일보 칼럼 추천 이충걸의 필동멘션
매일 아침 두 편의 칼럼을 읽고 좋은 표현을 따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솜씨를 놓고 봤을 때 국내 남자 칼럼니스트 중에 김훈(소설가)을 따라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작가 김훈이 내 글을 보면 서운할 수도 있으나 김훈의 글은 소설에서 보다는 짧고 힘있는 칼럼에서 빛난다. 김훈의 거리의 칼럼과 매일 아침 함께 읽는 글이 이충걸의 필동멘션이다. 이충걸은 GQ편집장으로 소설도 썼고 매일 글을 보는 게 일인 전문가다. 김훈이 사회 칼럼니스트라면 이충걸은 문화 칼럼니스트라고 하겠다. 이충걸과 김훈의 글은 수평으로 양쪽 끄트머리에 있다. 상극이다. 김훈의 칼럼은 뾰족하고 이충걸의 칼럼은 말랑말랑하다. 김훈의 글은 거의 한 페이지가 넘지 않는 분량으로 짧은데 이충걸의 글은 길다. 너다섯 페이지가 넘어가는 글..
2020.09.07 -
허연 시집 불온한 검은 피 서평
20년간 글을 써온 기자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비범한 시인 추천 좀..." -> "허연, 심보선. 허연 좋아". 허연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니 '불온한 검은 피'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네이버 책 평점은 무려 만점(10점)이다. 30명이나 별점을 매겼는데 만점이라니, 놀라웠다. 교보문고에서 바로드림으로 책을 주문하고 하루에 1부씩 읽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분량도 적당해서 하루에 1부씩 읽기에 딱 좋았다. 이 책은 십수년 전에 나왔는데 금새 절판됐다고 했다. 김경주 시인을 비롯한 수많은 청춘들이 이 책을 돌려보며 필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다. 게다가 시인 허연은 현재 매일경제 문화부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기대가 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보니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나의..
2020.08.25 -
무인양품에 바치는 시
무인양품 나는 무인양품이 두렵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까지 결국 사게 만드니까 나는 무지가 두렵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결국 하게 만드니까 나는 감성이 두렵다 굳이 사거나 말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결국 사거나 말하게 만드니까 무인양품 매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출입문을 나서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이성적인 사람이 된다
2020.08.24 -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감동 시 O Me! O Life!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아직 안 봤다면 일단 이 화면은 끄거나 뒤로가기를 누르고 영화부터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말이 필요없는, 너무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이 학생들을 교실 한 가운데로 불러 모아 "왜 시를 읽고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키팅 선생님은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여 시를 읽고 쓰는 이유를 가르친다. 월트 휘트먼의 시 O Me! O Life!도 좋지만 시를 인용하기 전의 키팅 선생님의 대사가 주옥같아서 여기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키팅 선생님이 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aS1esgRV4Rc 키팅 선생님이 말하는 시를 읽고 쓰는 이유 We don't r..
2020.08.23 -
영민이의 장례식
대학교에 다닐 적에 늘 붙어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MT에서 처음 본 영민이는 인상이 험악하고 곰처럼 덩치가 컸는데 왠지 정이 갔다. 우리는 같은 영문과에 다녔고 집도 서로 가까웠다. 영민이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를 몰았다. 뿅카라고 불리던 비싼 오토바이도 있었다. 영민이, 건주, 나 이렇게 셋이 친했다. 영민이와 나는 학교 뒷편 오락실에서 철권이라는 게임을 자주 했다. 둘 다 막상막하였다. 수업이 끝나면 영민이는 늘 나와 건주를 집까지 자기 차로 바래다줬다. 우리에게 영민이는 형같은 친구였다. 영민이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친구들한테 술도 사고 밥도 샀다. 영민이 차로 서울에 올라와 1박 2일로 여행했던 기억도 나는데.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거실에 누워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02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