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산문(82)
-
썩은 사과 이론
호주를 여행하면서 도심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Sorry!"에 당황했다. 앞에서 오는 사람과 가까이만 가도 "Sorry!"라고 실례했다는 표현을 했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호주에서 귀국하던 날, "호주는 정말 선진국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오더니 내 앞으로 새치기를 했다. 나는 줄의 맨 앞에 서 있었다. 줄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새치기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너무도 위풍당당했다. "여기서 떠들어봤자 스마트폰 도촬의 주연이 될 것이고, 결국 유튜브 스타가 될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화를 삭혔다. "미안해요. ..
2013.09.24 -
여행의 기술(記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수년'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두명이 누우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조그마한 방에서 지내면서 유일한 낙이라곤 블로그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 술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여행과의 인연은 그다지 길지 않다. 나 스스로 오타쿠 기질이 강한 나머지 방안에 콕 박혀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게 취미 생활의 전부였다. 지인을 만나러 밖에 나가 횡설수설을, 간혹 우설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부딪히거나 연인을 만나러 나가는 게 외출의 이유이자 핑계거리였다. 팸투어(기업이나 지자체가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기자나 블로거를 초청하여 관광, 숙식, 행사참여 기회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 초청을 받아 방방곡곡 여행하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여행 후에 따르는 포스팅에 대한 의무..
2013.08.14 -
음악과 나
아, 이게 며칠만의 포스팅인지. 회사 다니느라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고 설렁설렁 글을 쓰는 건 싫어서 댓글하고 방명록 정도만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주말이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해서 글을 써봐요. 음악이 맺어준 인연과 고마운 사람들과의 추억은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헤어진 A가 좋은 음악을 발견했다며 들려준 그노래 IRIS를 듣고 있어요. High School Fever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올라갑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였는지 시스템 다이어리에 발라드 노래 가사를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외우거나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돌려보고 제 다이어리가 꽤나 인기가 좋았습니다. 사랑할수록(부활), 밤의 길목에서(김세영)..
2010.01.16 -
캣 파워와 달
윽, 이게 무슨 냄새야.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었더니 매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눈 앞이 뿌옇다. 화마에 휩싸인 초가 마냥 연기로 뒤덮여 있다. 가스레인지로 가보니 홀랑 타버린 주전자 속 빨간 재가 무서운 눈으로 나를 원망하며 번뜩인다. 노바리 노바리 원츄♪ 전화벨이 울린다. 이웃 블로거다.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도와주고 싶다. 어디보자,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해줄수 있는게 없다. 츠지 히토나리처럼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말을 바꿨다. 힘내, 다 잘될거야. 역시 난 범인(凡人)인가 보군. 아이팟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음악을 눌러 재생목록을 본다. 랜덤재생을 눌러볼까. Catpower의 the Moon이 흘러 나온다. 어쩜, 너무 좋다...
2009.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