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문장수집(27)
-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지망생을 위한 조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 작가로 1989년 부커상,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문호다. 1982년 원자폭탄 투하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데뷔했다. 5살 때 영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대표작으로는 '나를 보내지 마', '남아 있는 나날'이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는데 그 이유로 영어를 꼽고 싶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영어로 된 작품을 읽어 심사하는 것으로 안다. 문학상 심사에서 영어 구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해야 입만 아프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데보라 스미스라는 번역가를 만나 그들 나라의 정서에 맞는 언어로 의역됐다. 그리고 맨부커상을 거머쥐었다. ..
2020.10.08 -
조지 오웰 <난 왜 글을 쓰는가>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 1984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설가의 이름이다. 나는 을 몇 장 읽다 말았다. 난 조지 오웰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밌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펭귄북스에서 나온 조지오웰 에세이 원서가 있다. 주황색 책인데 책의 디자인과 재질도 고전적이면서 예쁘게 잘 나왔다. 관심이 있으면 서점에 들러보길. 책에서 솔직하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문장을 발견했다.1946년에 쓴 Why I Write(난 왜 글을 쓰는가)라는 제목의 산문이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담겨 있다. "Writing a book is a horrible, exhausting struggle, like a long bout of some painful illness. One would never undertake such a thing..
2020.09.27 -
문장수집 8 고은 <순간의 꽃>
영화 로 고은의 시를 처음 접했다. 시인 고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추문이다. 그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단 1도 없다. 그러나 그의 시 가운데 은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짧은 시에 이렇게 거대한 생각의 덩어리를 담을 수 있다니! 시를 읽은 후의 감동과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시의 파편이 내 가슴 깊은 곳을 저민달까. 좋아하는 헌책방에 가서 고은 시인의 시집 을 사서 읽고 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시집이 나와있는데 그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이름난 시인의 시집이라 할지라도 그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모든 시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리하여 어느날 나는 스스로 타협했다. 시집 한 권에서 좋은 시 3개만 읽을 수 있다면 그 시집을 소장하기로 했다. 고은의 시집 은 ..
2020.09.21 -
문장수집 7 김승옥 <무진기행>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책이 있다. 김승옥의 도 그러하다. 민음사에서 나온 무진기행을 세번이나 샀다. 한권은 빌려줬다가 못 받았고 한권은 실종됐다. 필사하려고 다시 한권을 샀다. 끈질긴 인연이다. 연필로 필사하는 일이 괴로워서 몇페이지 배껴쓰다 책장에 꽂아뒀다. '문장수집'에 소개할 목적으로 다시 을 꺼내본다. 소설 은 세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작가의 말'만 읽어도 책값 9천원을 뽑는다. 여태까지 읽어본 작가의 말 중에 가장 멋스러운 글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
2020.09.15 -
문장수집 6 루피 카우르 시집 <밀크 앤 허니>
찰스 부코스키 덕분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영시는 어찌 그리 재미가 없는지. 읽는 게 고역이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는 달랐다. 그는, 어디선가 본 노숙자 같기도 하고 철학자 같기도 했다. 야한 농담도 하고 그렇게 솔직할 수가 없다. 그의 시를 필사한 적도 있었다. 찰스 부코스키 덕에 다른 시인도 찾아보게 됐다. 찰스 부코스키 다음은 전쟁시(나중에 소개하겠음)였고 전쟁시 다음이 루피 카우르의 시였다. 남녀가 성으로 갈린 이 시국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까끌까끌한 면이 있다. 페미니스트 자체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남성을 거부하는 일부 여성은 결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의 어떤 주장은 동조할 수밖에 없다. 남자인..
2020.09.14 -
문장수집 5 백은선 에세이 <연재를 시작하며>
백은선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지난밤까지 만해도 몰랐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웹진을 발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이트에 접속해 이것저것 둘러봤다. 유명 작가들이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었다.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자신의 소회를 담은 가 좋았다. 시작글을 쓸 적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기대됐고 작가의 마음상태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백은선의 에세이글 제목 는 자아 깊숙한 무의식의 영역을 건드렸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백은선 에세이 시작글 를 읽고 파르르 떨었다. 나랑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시작글에 뺄 글이 없으므로 통째로 옮겨본다. 선한 것을 믿고 싶지만 대체로 불신하기를 좋아하며 아름다움보다 추함에 끌리곤 한다. 가능태를 따져보는 것을 습..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