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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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말 삼호미디어
유튜브에는 책을 추천하는 동영상이 종종 추천 동영상으로 나온다. 노자의 물처럼 살아라는 쇼츠 영상을 보고 노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 4WD라는 힙합 가수의 노자라는 노래는 조피디를 까는, 일종의 디스곡이었고 노자라는 이름은 내 뇌 어딘가에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노자의 말이 좋지 그의 생애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삼호미디어에서 나온 노자의 말이라는 책을 골랐다. 예상했던대로 서문에 노자가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설은 학자마다 다르며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가의 문제조차 확실하게 고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자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에 하나라고 한다. 논어보다 훨씬 더 널리 읽혔다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고전 오브 더 고전이라고 하면 되겠다. 노자를 좋아하게 된 이유 한국처럼 '정..
2023.01.23 -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서평
이토록 아름다운 시인이었을 줄이야! 대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중령님이 산다. 중령님의 추천으로 어느 군부대에 온라인홍보 자문을 하러 갔다. 자문을 마치고 중령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병률 작가 이야기가 나왔다. 이병률 산문집 '끌림'을 읽고 있는데 별로 끌리지 않더라고 이야기했다. 중령님은 "40대가 되면 공감이 갈 거예요"라고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40대가 된 지금 다시 읽은 이병률의 글은 가슴으로 읽혔다. 어쩜 그리 좋은지. 난 이병률의 시가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지 않아서 좋다. 쓰이지도 않는 어휘를 나열한 채로 그럴싸해 보이려 작정한 시들이 얼마나 많은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활용해 절절한 시를 엮어낼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되는가. 이 시대에 그런 시인이 있기는 한가? 폼 잡지 않..
2020.10.05 -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서평
마냥 아쉽다. 박준 시인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시집 전체적으로 시인이 완전하게 자기 생각을 펼쳐놓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도보여행하기로 계획했다고 치자. 고성에서 해남까지 10분의 6 혹은 7쯤에 해당하는 부산에서 멈추고 버스 타고 KTX 타고 서울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다리 아파서 그랬는지 의욕을 상실해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의 시에서는 감정의 극단이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절제의 미'로 볼 수도 있지만 어딘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완전히 내보일 수 있는 것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경계하는 움츠림이 보였다. 이 시집은 끄트머리에 있는 발문이 시 자체보다 좋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미려한 분..
2020.10.04 -
더스토리 출판사 <동물농장> 유감
시골에서 서울까지 6시간 걸렸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영풍문고에 들렀다. 서정주 시인의 책이 있나 봤더니 품절이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조지 오웰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농장은 조지오웰이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책이라고 들었다. 민음사 책이 술술 읽히지만 강력한 그린의 매력에 이끌렸다. 미르북컴퍼니의 임프린트 더스토리에서 나온 책이었다. 1945년 초판본 디자인이라고 했고 표지를 두른 띠에 조지 오웰의 얼굴이 보였다. 번역가의 이름도 구매 동기로 작용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동물농장은 도정일이 번역했다. 도정일은 블로그에도 소개한 바 있는데 학력위조 논란이 있었다. 더스토리는 250여 권의 책을 번역한 프로페셔널 번역가 이종인이 옮겼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전문번역과 양성과정의 ..
2020.10.03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서평
처음이 아니었다. 2014년 직장에 다닐 적 제목에 이끌려 책 를 샀다. 출퇴근길에 읽다가 어느덧 책장에 꽂아두고 읽지 않았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았다. 놀랍게도 번역 수업 선생님이 익숙한 책을 교재로 구입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다시 교보문고에 갔다. 반가웠다. 강제성이 있는 독서도 유익했다. 과거에는 읽거나 말거나였는데 이젠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가 됐다. 1분에 한페이지씩 차근차근, 매일 읽어나갔다. 감동적이었다. 교정자가 어색한 문장이나 단어를 바로 잡아주는 책인데 왠 감동이냐고? 이 책은 단지 맞춤법 사전이나 참고서가 아니다. 본인이 교정을 본 인물과 편지로 주고받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게다가 작가의 산문도 들어 있다. 저자와 교정자의 이메일 내용에서는 긴..
2020.09.22 -
허연 시집 불온한 검은 피 서평
20년간 글을 써온 기자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비범한 시인 추천 좀..." -> "허연, 심보선. 허연 좋아". 허연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니 '불온한 검은 피'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네이버 책 평점은 무려 만점(10점)이다. 30명이나 별점을 매겼는데 만점이라니, 놀라웠다. 교보문고에서 바로드림으로 책을 주문하고 하루에 1부씩 읽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분량도 적당해서 하루에 1부씩 읽기에 딱 좋았다. 이 책은 십수년 전에 나왔는데 금새 절판됐다고 했다. 김경주 시인을 비롯한 수많은 청춘들이 이 책을 돌려보며 필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다. 게다가 시인 허연은 현재 매일경제 문화부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기대가 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보니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나의..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