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5. 21:15ㆍ라이프/책&작가 평론
성선화 기자가 쓴 결혼보다 월세를 읽었다. 부모님이 임대업을 하고 계셔서 자연스레 부동산에 관심이 간다. 서울에서 회사 다닐 적에는 임장을 한답시고 퇴근 후에 버스를 타고 빌라를 구경하기도 했다. 마치 여성들을 위해 쓴 책처럼 보이지만 남자에게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부동산 책이었다.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세를 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밌게 그려냈다. 주요 대목을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66p
정리하자면 내가 대출 이자를 내면 '나쁜 대출', 내 돈으로 내지 않으면 '좋은 대출'이다.
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매매가도, 월세도 아닌 '대출 금리'다.
-> 대출이라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나 역시도 대출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출을 이용해 투자를 하고 금리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대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74p
나는 절대로 초보 투자자들에게 분양을 추천하지 않는다.
-> 분양의 세계에는 사기꾼이 득실거린다. 내가 아는 네이버 블로거 한 명도 보험팔이를 하다 분양에 뛰어들었다.
130p
잠시 나는 임대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그랬다. 투자는 한순간이지만, 관리는 평생이다. 임대업의 본질은 결국 감정 노동이다. 몸이 아니라 이래저래 사람들한테 치이는 감정소모가 힘든 것이다.
-> 부자라면, 임대업자라면 손가락질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별다른 노동없이 돈을 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없다. 임대업자들은 세입자들의 클레임에 늘 시달려야 하고 유지보수에 신경을 쓰느라 골치아픈 일에 시달리기 일수다. 임대업은 감정노동 그 자체이며 멘탈이 약한 사람은 지속하기 힘든 영역이다.
155p
그는 보험금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업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만약 매달 10만 원을 보험료로 낸다면 이 중 1만 5,000원이 보험사의 사업비로 쓰입니다. 나머지 8만 5,000원만 내 저축액이죠.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은 이런 사업비 내용을 알리지 않습니다."
-> 보험사들은 거의 사기꾼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비 명목으로 보험비의 일부를 뜯어가는 보험사를 보면 암보험, 실비보험 전부 해지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책에서는 변액보험의 위험성도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166p
아주 오랜만에 만난 박사장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빌딩부자들 인터뷰 때 알게 된 그는 3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며 모텔을 운영했다.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텔의 소유권이었다. 당시 그가 운영하던 모텔은 보증금에 월세를 내는 임대였다. 하지만 3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어엿한 모텔 오너로 변신해 있었다. 인터뷰 당시 나는 그를 한국판 스크루지라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을 수 있지? 친구들도 안 만나고 3년 동안 모텔에서 먹고 자는 게 가능한 건가? 심지어 옷과 구두, 시계까지도 손님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을 재활용한다고 했다.
-> 내가 만나본 부자들은 하나같이 검소했다. 물론 업계에 따라 명품으로 도배를 한 투자자를 만나기도 했으나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점은 부자들의 공통점이었다. 낡아서 바닥이 닳아버린 구두를 신은 중소기업 사장의 재산은 수백억에 육박했다. 그러나 그는 홈쇼핑으로 산 3만원짜리 구두를 자랑할 정도로 검소했다. 책에 나온 모텔 오너가 된 박사장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손님이 버리고 간 구두, 옷, 시계를 재활용했다고 하니 그 절약정신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직 80p를 덜 읽었지만 그동안의 내용으로 책을 평가하자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세이 형식이라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하며 겪은 저자의 고충과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부동산 임대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