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8. 18:19ㆍ라이프/책&작가 평론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 작가로 1989년 부커상,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문호다. 1982년 원자폭탄 투하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데뷔했다. 5살 때 영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대표작으로는 '나를 보내지 마', '남아 있는 나날'이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는데 그 이유로 영어를 꼽고 싶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영어로 된 작품을 읽어 심사하는 것으로 안다. 문학상 심사에서 영어 구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해야 입만 아프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데보라 스미스라는 번역가를 만나 그들 나라의 정서에 맞는 언어로 의역됐다. 그리고 맨부커상을 거머쥐었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된 후 노벨재단과 인터뷰했다. 영상의 일부를 번역해서 올려본다.
작가 지망생을 위한 조언
많은 사람이 작가 지망생이나 젊은 작가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요즘 들어서요. 스웨덴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어권에서는 모든 대학에 '창의적인 글쓰기' 과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디에나 개인 창작 글쓰기 수업이 있죠. 요즘은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 해요. 제가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아무도 문학에 관심이 없었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유용한 충고를 내놓는 건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해요. 하지만 작가의 초기 단계에 있거나 작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특히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는요.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 많은 사람이 작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은 작가라는 신분, 지위를 얻기를 원하죠. 그러나 실제로는 쓰고 싶지 않다는 걸 알게 되지도 모릅니다.
성공적인 작가가 된다는 건 상업적인 성공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출판되든 말든 가치 있는 것을 성취하는 작가가 되려면 글쓰기와 특별한 관계를 가져야 해요. 그 순간에 어려운 부분도 떠올라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는 일은 꽤 어렵거든요.
이제 작가는 탐나는 직업이 됐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작가가 되기를 꿈꾸죠. 때로는 작가를 꿈꾸는 일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글쓰기가 당신을 위한 게 아닐 수도 있거든요. 괜찮습니다. 다른 뭔가는 당신을 위한 일일 테니까요. 글쓰기가 자신에게 맞는지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글을 써보고 알아보세요.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은가요?
그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