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8. 09:52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다음카카오에서 브런치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 지금은 베타서비스 기간이며 작가로 신청한 후에 브런치 운영팀의 승인을 얻어야 자신의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쓸 수 있다. Daum이 카카오와 합병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기대감에 몹시 흥분했다.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 듯한 티스토리(Daum의 블로그 서비스)에 구세주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와는 달리 다음카카오가 출범하고도 티스토리 블로그 서비스가 나아지는 것이 없자 네이버 블로그로 옮겨가는 이웃도 생겼다. 나도 한 때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네이버 블로그로 옮길까 생각했었지만 다음(콘텐츠), 카카오(모바일)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를 떨칠 수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직접 글을 써보니 진짜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네이버 포스트 VS 다음카카오 브런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기'
네이버 포스트에 수차례 블로그와 웹에 관한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네이버 포스트의 글쓰기창은 초심자에 대한 배려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은 화면이었으나 컴퓨터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까다로워 보였다. 특히 기본형, 카드형, 퀴즈형으로 나뉜 글쓰기 방식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네이버 포스트는 글쓰는 것을 즐기는 이들보다는 웹툰 작가, 웹디자이너 등 그래픽 편집툴에 익숙하고 비주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프로들을 위한 창작공간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블로그와 비슷한 글쓰기 창 내의 편집 메뉴도 식상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포스트에 금새 싫증을 느꼈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게 됐다.
다음카카오 브런치(Brunch) 글쓰기 화면
브런치는 다르다. 하얀 백지에 제목입력창과 본문입력창 밖에 없다. 몹시 간결하다. 나처럼 글을 쓰는 게 그저 좋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글쓰기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런치는 마치 A4 용지나 노트에 펜으로 글을 쓰는 느낌을 준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컴맹도 손쉽게 글을 쓰고 공개할 수 있게끔 불필요한 요소를 완전히 배제했다. 그 흔한 편집 메뉴창도 없다.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첨부하는 메뉴는 오른쪽으로 빼버렸고 본문에는 백지만 보이도록 했다. 블록을 지정하면 글의 크기나 색상을 조절하는 메뉴가 나타난다. 분량에 대한 부담감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단순한 게임일수록 더 빠져드는 것처럼 심플한 글쓰기 화면이 자꾸만 글을 쓰게 만들었다. 네이버와 달리 쉽고 빠른 로그인 방식도 일품이다. 페이스북 계정, 트위터 계정, 카카오톡 계정으로 바로 로그인할 수 있다. 쉬운 글쓰기 화면과 단순한 가입구조는 수많은 아마추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본 브런치는 여태까지 국내에 출시된 글쓰기 서비스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글쓰기 도구다.
브런치 & 카카오톡 검색 '콘텐츠 생산자와 콘텐츠 유통망의 뜨거운 포옹'
브런치에 작성한 글은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 브런치는 내 계정에서 작성한 글을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로 전송할 수 있는 내보내기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내가 쓴 글을 내 SNS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글쓰기 서비스와 크게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카카오톡 검색이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700만 사용자를 등에 업은 카카오톡이 최근 카톡 내부에 검색 기능을 삽입했다. 샵검색과 채널 검색(KakaoSearch)이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샵버튼을 누르면 바로 검색창이 표시된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돋보기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마치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한 것처럼 검색결과가 표시된다. 카카오톡 실행화면에서 아래에 세번째로 보이는(친구-채팅-채널) 채널 검색도 샵검색과 비슷하다. 채널을 누르면 상단에 KakaoSearch라고 쓰여진 검색창과 노란색 돋보기가 보인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돋보기를 누르면 마찬가지로 포털 검색결과가 나타난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샵검색을 실행한 화면, 브런치의 글이 검색결과에 블로그로(2번째 화면) 나타난다.
브런치에 작성한 글도 검색되는지 샵검색과 채널 검색창에서 시험해봤다. 내 브런치 계정에 작성한 글이 뉴스 기사,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과 함께 보여졌다. '브런치'가 아니라 '블로그'라는 라벨을 달고 있었다. 블로그 방문자의 7할 이상이 포털 검색창을 타고 유입되는 것처럼 브런치의 글도 새로운 검색포털 카카오톡 검색을 만나 홍보에 날개를 달게 됐다. 마치 신예 콘텐츠 제작자가 세계 최고의 콘텐츠 유통망을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것 같다.
포털 검색을 해오던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검색하는 것에 더 익숙해진다면 네이버 독점체제인 현 포털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과거 네이버가 검색부분을 독식했다면 차세대 검색의 대세는 다음카카오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브런치(다음)와 카카오톡 검색의 절묘한 만남은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며 검색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촉매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