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게나디 골로프킨과 암살자 리처드 헤로우

2015. 4. 27. 12:13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순박한 표정 뒤의 살인펀치, 게나디 골로프킨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경기로 복싱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복서라면 마이크 타이슨과 무하마드 알리 밖에 몰랐었는데 PS3 게임 파이트 나이트 챔피언을 하고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유명한 선수들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트레이닝 영상과 쉐도우 영상을 섭렵했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기 경기처럼 감동을 주거나 소름을 돋게 하는 선수를 찾기는 힘들었다.


복싱을 배워보려고 복싱 체육관 카페에 가입했다가 우연히 게나디 골로프킨이라는 복서를 알게 됐다. 유튜브에서 경기 영상을 찾아보니 소름이 돋았다. 엄청난 강펀치에 넉다운 당하는 상대 선수조차 황당한 표정을 짓기 일수였다. 프로무대 32전 전승 29K의 전적만 보더라도 골로프킨이 사람을 골로 보내는데 얼마나 선수인지 알 수 있다. 레전드 복서 마빈 헤글러의 전성기에 붙어도 골로프킨이 이길 것으로 내다보는 복싱팬들도 많다. 순박해보이는 얼굴과 달리 링위에서는 무자비한 투사로 돌변해 상대방의 얼굴을 피떡으로 만든다. 


골로프킨의 매력에 빠진 부분도 바로 이 반전매력 때문이다. 복서로 치자면 마이크 타이슨, 이종격투기 선수로 치자면 반달레이 실바처럼 얼굴이 무기인 선수들도 많다. 골로프킨은 얼굴만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동네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외형상으로는 누구나 "내가 이길 것 같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순한 인상을 가졌다. 골로프킨의 펀치가 얼마나 강한 지 보고 싶다면 아래 유튜브 영상을 감상해보자.



순진한 얼굴의 암살자, 리처드 헤로우


복서 게나디 골로프킨을 보며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가 떠올랐다. 극중에서 참전용사로 나오는 리처드 헤로우는 전쟁에서 한쪽 얼굴을 잃었다. 어찌보면 으스스하기까지 한 반쪽 가면을 쓰고 생활한다. 그는 평소에 말수도 적고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등 인간적이며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안경을 낀 학구적인 마스크와 어눌한 언변 뒤에는 잔혹한 암살범의 흉폭함이 숨어있다. 마피아 갱단을 갖가지 소총으로 혼자서 싹쓸이 하는 장면에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 호스텔의 제이 헤르난데즈보다 강력한 무엇이 있다. 리차드 헤로우의 주요장면(?)만 따로 모은 영상은 여기서(https://www.youtube.com/watch?v=JaAajdic_ko)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마지막 시즌까지 살아남을 정도로 극중 비중도 크다. 리처드 헤로우의 매력에 빠져 그의 몹쓸짓(?)만 따로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 팬들도 있고 리처드 헤로우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블로그에 올리는 팬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림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 리처드 헤로우의 얼굴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는 것 같다. 골로프킨의 매력적인 두 얼굴을 보면 리처드 헤로우의 반쪽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