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블로그 운영 스트레스
2011. 10. 18. 00:44ㆍ블로그/블로그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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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2007년 7월 개설했으니 블로거팁닷컴의 나이도 벌써 네살을 훌쩍 넘겼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활동은 어렵다. 전업블로거였던 시절은 어느 때라도 글을 올릴 수 있고 이웃 블로거를 방문해서 인사를 나누고 교류를 할 만큼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해보니 일과 블로그 운영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사진_Arwen Abendstern
1. 와이프로거, IT 블로거는 어딜가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부들은 블로그 운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레시피, 살림을 주제로 하는 파워 와이프로거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컴퓨터에 빠져 살아야 하는 IT 업계 종사자들, 온라인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직업과 연관된 주제의 블로그, 취미와 연장선에 있는 주제의 블로그가 다른 주제의 블로그에 비해 장수한다.
2. 바쁘면 블로그 못해, 그거 백수나 하는거야.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만난 어느 선배 IT 블로거의 말이다. 극단적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도 직장생활을 하지 않을 때 열과 성을 다해 블로그를 운영해 나갈 수 있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업무 스트레스, 정신적 피로감을 감안하면 블로그 운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직장에 다니면서(1)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2) 블로그까지 운영하는(3) 사람들은 컨텐츠 진흥 유관 기관에서 공로 트로피를 안겨줘야 함이 마땅하다.
3. 직장생활과 블로그 운영을 함께 한다는 것
허구한 날 하루 1포스팅을 강조하던 그 때의 필자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하루 1포스팅은 커녕 이틀에 1회 혹은 사흘에 한번 글을 올리고 있다. 이틀 연속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필자의 일상은 다음과 같다.
07:30 - 08:30 아침 체조 및 세면
08:30 회사 출발
08:45 지하철 탑승, 독서(요즘 들어서는 눈이 감긴다)
09:25 사무실 도착
09:30 - 18:30 회사 업무
휴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복하는 일정이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필자와 비슷한 일정으로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 끝나면 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난다. 일주일에 최소 2명 이상의 사람과 약속을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알고 지내는 게 좋다는 개똥철학(Life is all about Networking)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다보니 외로움을 느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휴일에는 십중팔구 술약속을 하므로 휴일 이틀과 미팅 혹은 사람을 만나는 이틀을 빼고나면 3일이 남는다. 일주일에 최소 3회의 포스팅은 지키려고 애쓴다. 여유가 생기면 빼놓지 않고 포스팅을 하는 셈이니 블로그 운영 태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웃블로그를 탐방하며 댓글을 작성하지는 못한다. 내 글에 달린 댓글에도 답글을 못하고 있다.
요즘은 되도록 평일에 술약속을 하지 않는다. 세상만사 기브앤테이크, 두 번에 한번은 내가 산다고 가정해도 술값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또한 과음한 다음날 몰려오는 피로감과 후유증, 술 마시는 시간 동안에 할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건전한 여가생활의 기회비용을 따져보더라도 이건 정말이지, 밑지는 장사다. 종종 눈두덩이 부어오르거나 파르르 떨려올 정도로 피곤하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하는 진짜 이유
- 나의 삶, 청춘의 기록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30년 뒤 옛날을 돌이켜보고 추억할 만한 나만의 일기장이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도 없지 않을까. 내 아들이, 내 딸이 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를 볼 수 있다면? 블로그는 내 자신, 나아가 내 분신을 위해 투자해야 할 대상이다.
- 이력서로서의 블로그
블로그로 첫 직장에 취업하고 블로그를 통해 이직을 경험하면서 블로그 자체가 이력서가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지금도 간혹 블로그를 통해 헤드헌팅 업체 혹은 인사담당자가 직접 연락을 해온다. 어떤 기업은 신설되는 뉴미어팀의 팀장직을 제안하는가 하면 잘나가는 스타트업 회사의 과장으로 스카웃 제안을 보내오기도 한다. 저를요? 제가 뭘 안다고요. 워워- 사무자동화 자격증은 커녕 워드 2급 자격증도 없는 논스펙(None Spec) 청춘, 나씽가이(Nothing Guy)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걸 보면 블로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 블로그가 만드는 인적 네트워크
재작년 여름 작성한 "블로그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며"라는 글은 제목 그대로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기록한 글이다. 그 뒤로 2년이 흐른 지금, 더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런 네트워킹에 의문을 가질수 있다. "온라인 인맥, 그거 종이비행기 같은거 아니에요? 너무나 가벼워서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언제 땅에 떨어질지 모르는 종이비행기 같은 거잖아요." 정말 그럴까? 온라인에서 만나 비즈니스를 하고 연애를 하고 친구가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살과 살이 맞닿아 정을 쌓아가는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경험 자체를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이 발화점이 되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킹 방식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