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3)
-
문장수집 3 김원영 칼럼 <잘못된 삶>
변호사이자 장애학연구자인 김원영의 글을 읽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여러 회사를 다녔고 남들보다 많은 선후배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가장 젠틀했던 선배는 언론사에서 만난 팀장이었다. 평소 업무를 볼 때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고 자신의 위엄을 무너뜨리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신선함을 넘어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전 직장에서는 누구도 이런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점심시간이었다. 팀장이었던 선배는 팀원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광장시장에 갔다. 시골 시장에 있는 식당처럼 예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쇠로된 원형 테이블에 삼삼오오 둘러 앉았다. 우리는 업무의 고단함은 잠시 잊은 채로, 왁자지껄 웃을 수 있었다. 퇴사하고 몇번이고 선배를 찾..
2020.09.10 -
문장수집 2 이슬아 칼럼 <재능과 반복>
2010년 경 꽤나 알려진 신문사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안녕? 나 마케팅부장인데 구독율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줄 수 있니?" 두 군데의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글 모음집(잡지)의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게 이슬아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슬아 작가는 자신이 매일 쓰는 글을 메일로 보내주고 구독료를 만원씩 받고 있었다. 나도 어느덧 구독페이지에 접속해 있었다. 홍보는 SNS로 하고 있었다. 놀라웠다.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부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서 경탄했다. 그녀가 신문사에 기고하는 몇개의 글을 찾아봤다. 정말 좋았다. 어제는 홍인혜, 오늘은 이슬아까지. 동시대에 이런 작가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건 축복이다. 다만 작가..
2020.09.08 -
문장수집 1 홍인혜 칼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정리하려고 메뉴 을 만들었다. 칼럼과 책에서 찾은 문장을 발췌하여 소개할 계획이다. 은 이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새글이 올라오는 메뉴가 될 것이다. 오늘은 홍인혜 작가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홍인혜 작가는 2018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시 부분에 당선, 등단했다고 한다. 고작 그녀의 칼럼 몇 개와 책 몇 페이지만 읽어봤지만 엄청난 작가가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엄청난'이라는 단어 외에는 아직까지 그녀를 설명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홍인혜 작가가 신문사에 기고하는 칼럼에서 좋았던 문장을 정리한다. - 사실 그런 지순한 성정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안달하는 성미에 가깝다고 하겠다. - 나는 이러한 것들을 마음의 '거스러미'라고 부른다. 삐죽 돋아나 따끔따끔 마음이 쓰이고 종국엔..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