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집 3 김원영 칼럼 <잘못된 삶>
변호사이자 장애학연구자인 김원영의 글을 읽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여러 회사를 다녔고 남들보다 많은 선후배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가장 젠틀했던 선배는 언론사에서 만난 팀장이었다. 평소 업무를 볼 때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고 자신의 위엄을 무너뜨리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신선함을 넘어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전 직장에서는 누구도 이런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점심시간이었다. 팀장이었던 선배는 팀원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광장시장에 갔다. 시골 시장에 있는 식당처럼 예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쇠로된 원형 테이블에 삼삼오오 둘러 앉았다. 우리는 업무의 고단함은 잠시 잊은 채로, 왁자지껄 웃을 수 있었다. 퇴사하고 몇번이고 선배를 찾..
20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