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7. 07:59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조물주보다 건물주라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슬프다. 하늘에서는 신이 최고일지 몰라도 이 땅에서만큼은 건물주가 최고라서 생겨난 말일까?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물주(임대사업자)의 위상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임대사업자의 통계를 살펴보자. 국회의원 정동영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의 일부이며 상위임대사업자의 지역과 연령, 등록주택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갓물주는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으며 나이는 고작 48세에 불과하다. 과연 이 분의 월평균 임대소득은 얼마나 될까? 2위에 랭크된(?)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건물주의 나이는 41세로 더 어리다. 총 58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사는 건물주가 529채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5채도 아니고 50채도 아니고 500채라는 숫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임대업자 옥죄는 정책의 역설
너도나도 건물주를 부러워하는 심리 이면에는 질투와 시샘이라는 불편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현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다주택자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부동산에 세금을 높게 부과하기 시작하자 정부가 원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실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팔지 않고 세금을 내며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자식에게 증여했고 집값은 폭등했다. 전세 물건이 없어지면서 서민들은 월세를 살 수밖에 없게 됐다. 가난한 삶을 탈출하는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주택 임대사업을 펼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는 임대업자들이 보유한 다주택이 서민들에게 꼭 필요했던 것이다. 즉, 임대업자들은 주거안정화에 기여하는 사람들이지 못된 이기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들이 없다면 수많은 서민들이 길바닥에 나자빠져야 하며 부자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올라탈 수도 없게 된다. 그러니 정부는 무턱대고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완만하고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