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0. 11:20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그것이 알고싶다를 즐겨보고 스릴러/공포물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넷플릭스에서 여태껏 가장 재밌게 본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소개한다. 제프리 엡스타인 - 괴물이 된 억만장자 이름의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새벽에 보기 시작해서 잠에서 깨어나 총 세 편을 연달아 봤다.
https://www.netflix.com/watch/81133030
이 다큐는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억만장자의 성범죄에 관한 이야기로 피해자(Survivor, 생존자로 표현하는 것도 독특함)들의 증언, 담당 수사관 인터뷰, 제프리 엡스타인 인터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왕실의 왕자, 영화배우 케빈 스페이시, 심지어 전 미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어울리는 등 화려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다.
섬에 고급 저택을 소유하고 있고 개인 비행기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파리 등에 고급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재력가로 섬에는 개인용 통신 장비까지 설치했다. 그의 범죄 패턴은 간단했다. 돈이 필요한 예쁜 소녀들을 유인해 돈을 주고 마사지를 하도록 했다. 또한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200달러를 쥐어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늘려갔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큐멘터리를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나를 진정으로 '구역질 나게' 한 것들
미국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가운데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장면이 포함된 경우 사전에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이 때 disturbing이라는 단어가 단골로 등장하는데 그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충격적인, 불안감을 주는' 이라고 되어 있다. 좀 더 현실세계에 맞게 해석하면 '구역질 나는(정도로 혐오스러운)'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제프리 뿐 아니라 혐오스러운 인간군상들을 여럿 볼 수 있다. What makes viewers really 'distrurbing' 이라는 질문을 머리와 가슴 속에 품고 보는 걸 추천한다.
1. 공범들의 역겨운 폭로
제프리와 함께 폰지사기를 했던 늙은이가 나와 제프리를 험담하며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한다. 어쩜 그리 당당할까? 제프리의 포주 역할을 했던 여자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친다. 제프리 옆에는 길레인이라는 여친이 있었는데 소녀들을 포섭하고 관리하는 메니저 역할을 한다. 제프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자신의 여동생을 제프리에게 소개한 여자가 나와 울먹이면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할 때는 정신이 오락가락 해진다. 이 여성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2. 돈과 권력 앞에 무너지는 인간군상
수많은 피해자들이 제프리를 성범죄로 경찰에 고소, 고발했지만 경찰과 FBI는 사건을 흐지부지 무마해버린다. 어찌보면 제프리의 성범죄보다 돈 앞에 굴복하고 양심 따위 개한테 줘버린(개야 미안) 관계자 즉 성인들을 보는 게 더욱 Disturbing했다. 억만장자의 소아 성범죄, 피해자들의 이중적인 태도, 양심을 잃어버린 사법당국, 제프리와 친했던 유명인들이 버무려져 역대급으로 혐오스러운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방송을 추천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