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라인 영상번역 아카데미 입문반 수강 후기 첫째날

2020. 7. 26. 10:48라이프/일상

대학 시절 강의실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족여행에서 막 돌아온 터였다. 집에 잠시 들러 이것저것 주워먹고 강의실이 있는 마포구청역으로 향했다. 허름해 보이는 건물 3층에 도착하니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열심히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한 남자분이 다가와 친절하게 접수를 도왔다. 약 3분 정도 늦었는데 이미 강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빈자리가 없었다. 두명씩 앉는 테이블이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구조였다. 아뿔싸!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어느 여자분이 앉아 있는 곳 옆자리에 앉았다.

 

강의를 맡은 분은 윤혜진 선생님이었다. 현직 번역가이자 영화 수입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42살이라며 자신이 마치 나이가 많이 든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웃프더라. 나도 41인데... 아마도 이 수업에서 두번째로 나이든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번역공부를 하러 온 수강생의 연령대는 2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으며 30대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수업이 끝날 무렵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이미 이런저런 사회경험을 했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른 나름의 철학자들이었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 동질감 나아가 전우애는 무엇이란 말인가? 자기소개는 희망수입을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대부분 소박했다. 월소득 200만원이 가장 많았다. 현실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번역으로는 더 이상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온 사람들이리라.

 

 

윤 선생님의 강의는 에너지가 넘쳤다. 꾸밈없는 입담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케이블과 OTT의 자막 심의규정을 설명할 때는 19금 단어도 나왔다. 그 단어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소리가 나지 않게 끅끅대며 웃었다. 영상번역 입문반 첫번째 강의는 윤혜진 선생님에 대한 소개와 영상번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윤 선생님의 에너지 덕분인지 두 시간이 20분 처럼 훌쩍 지나가 버렸다.

 

번역기술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번역가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거라는 말이 많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번역 분야만 그런 건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 종사자들이 급속한 기술의 발달로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 또한 번역 앱(모든 종류의 번역 관련 소프트웨어)이 원본의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하여 성인 수준으로 의역할 수 있는 데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차원이 번역의 완성, 즉 평균 성인남녀의 이해능력에 근접한 번역기술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번역기술은 3차원까지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내가 보는 시각이다. 덧붙여 번역 외 모든 분야가 현재 먹고 살기 힘들며 이건 이래서 힘들고 저건 저래서 힘들다고 찡찡대면 우리는 늙어죽을 때까지 그저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고로 나는 'Well, I don't give a shit about it!'라고 조용히 뇌까리며 앞으로 걸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