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0. 13:40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사랑스러운 M의 추천으로 영화 그린북을 봤습니다. 비오는 오전 홍대 카페 1984에 앉았어요. 따뜻한 카페모카를 마시면서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의 주연 비고모텐슨이 나오는 영화라 기대가 컸는데요. 기대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말았습니다. 차별과 저항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네이버 평점 9.5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어요. 독자분과 방문자분들도 시간이 되시면 꼭 한 번 보세요. 참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은 필요하다
영화 그린북은 과거 미국에서 있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피아노를 치며 공연을 하는 돈 셜리와 그의 수행기사가 된 토니 발라롱가의 우정을 다뤘고요. 극중에서 셜리는 고용주의 입장, 즉 돈이 많은 가진 자의 입장에 있으나 늘 차별과 싸워야 하는 흑인입니다. 근사한 식당에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사를 하지 못합니다. 교통경찰에게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언행으로 고통받기도 하고요. 양복점에서는 옷을 입어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셜리는 사건을 폭력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차별적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폭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중간중간 위트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M에게 참 고맙더군요. 오랜만에 멋진 영화를 보게 돼서요.
영화를 보는 중간에 차별과 저항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인종에 대한 차별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차별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지역, 학력, 학벌, 빈부격차, 외모 등 차별에 대한 이유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차별에 대한 저항이 없었다면 여전히 흑인은 제대로 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흑인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폭력보다는 음악을 택했습니다. 힙합과 랩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고 지금은 백인들이 흑인 아티스트를 존경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힙합과 랩을 좋아합니다. 차별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 즉 저항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실패했을 테죠.
단 저항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릅니다. 선배들의 괴롭힘을 당한 간호사가 투신하는 것도 거대한 저항입니다. 간호사의 희생으로 간호사 조직은 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합니다. 선임병에게 괴롭힘을 당한 후임이 선임을 총기로 살해하는 것도 커다란 저항입니다. 후임의 비극적인 희생으로 인해 군대라는 조직이 좀 더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거든요.
저항은 마찰과 갈등을 수반합니다. 즉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불편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불편한 그 저항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무리, 조직, 나아가 사회는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항은 우리가 안고 가야할 움직임이자 에너지입니다.
온갖 차별에 대해 저항해온 생명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