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3. 22:50ㆍ라이프/잡문집
제목 참 근사하다. 마케팅 제휴영업이라구? 그냥 영업일 뿐이다. 우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달라고 간청하러 갔다. 회사가 돈을 못 버니 나라도 영업을 뛰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뛰는 거다. 그래야 나도 떳떳하게 월급받고 어깨 펴고 다니지.
사실 온라인영업을 주로 한다. 타겟사를 찾고 제안서를 만들고 연락처를 찾아(보통 투트랙으로)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받는다. 미팅일정을 잡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몇차례 더 만나 계약서에 서명한다. 그 다음은 공동마케팅이 됐든 MOU가 됐든 양사의 실익을 위해 움직인다. 회사가 설립됐을 당시부터 함께 했던 터라 회사의 서비스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법 회신 확률도 높은 편이다. 현재 몇 개 대기업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지만 왠지 경찰서로 직접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여름휴가차 방콕으로 떠나기 전에 출력해둔 제안서를 들고 강남경찰서와 마포경찰서를 차례대로 찾았다. 매형도 경찰이고 외삼촌은 경찰로 정년퇴임을 하셨다. 친가쪽에도 오랜기간 경찰로 일한 고모부가 계셔서 인맥을 동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내 실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는 성취감이 짜릿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제안했고 어느 부서로 가야하는지 안내를 받고 곧장 제안서를 만들었다. 원래는 경찰서 두곳과 지구대 한 곳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서 한 곳에서 지구대의 속사정(?)을 듣고 지구대 한 곳은 생략하기로 했다.
■ 강남경찰서 방문기
시설이 엄청나게 좋다. 서대문에 있는 경찰청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돈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깨끗하게 잘 지었더라. 직원들도 무척 친절하고 잘생긴 남자 직원도 봤다. 동안인데 벌써 경사더라. 암튼, 제안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이미 다른 기업과 제휴하고 있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락 달라고 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일까? 아니면 내가 짠해보여서였을까? 친절한 분이 오셔서 관심을 보여주셨다. 기분 좋게 영업을 마치고 마포경찰서로 향했다.
■ 마포경찰서 방문기
시설이 후지다. ㅠ.ㅠ 나도 마포구민이지만 낙후된 건물을 보니 너무 비교가 되더라. 안습.. 마포구도 이제 돈 많은데 경찰서 다시 짓자. 업무적으로 보자면 사무실이 마포구에 있어서 이야기가 더 잘 된 것 같고, 담당 경찰관분이 우리 서비스 가격을 마음에 들어하셨다. 나이대도 나랑 비슷해보였는데 남 같지가 않더라. 경찰이라는 직업이 보통 사명감으로 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온라인으로 제안하지 않고 무작정 발로 뛰는 영업은 10년 전에 블로그 교육을 제안하러 시청에 갔을 때 후로는 처음이었다. 스스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기에 결과가 어찌됐든 뿌듯하다. 땅위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지, 뭐.
모쪼록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경찰분들과 가족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