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4. 01:18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블랙피쉬를 봤습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보면 네티즌 평점 9.67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공포영화를 보는 듯 무섭기도 하고 멜로영화를 보는 듯 슬프고 애잔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어느 유능한 여성 범고래 조련사의 죽음을 가운데에 놓고 있습니다. 해양공원산업을 주수익원으로 하는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범고래를 좁은 공간에 가둡니다. 그리고 훈련을 시킵니다. 관람객의 즐거움을 위해 길들여집니다. 조련사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범고래는 조련사를 먹어버립니다. 또 어떤 조련사는 범고래에게 한쪽 발을 물린채로 물속으로 끌려들어가 익사 직전의 궁지에 몰리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범고래는 틸리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조련사를 공격한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생으로 방출하지 않고 가둬둡니다. 번식을 위한 정자 때문입니다. 틸리컴의 정자를 받아 정자은행처럼 보관하고 있다가 쇼를 위한 후손들을 생산합니다. 처음에는 틸리컴을 보면서 식인 범고래가 아닌가 하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자락에 닿을 무렵엔 틸리컴과 범고래들이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에서 하루에 수십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며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을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좁은 공간에 가둬두고 조련하는 인간들이 오히려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범고래 어미와 새끼를 떼어놓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범고래는 특유의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새끼를 떠나보낸 범고래는 밤새 소리내서 웁니다.
저는 영화 블랙피쉬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범고래와 어느 조련사의 죽음을 다룬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의 법칙을 어겼을 때 뒤따르는 재앙을 보면서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돈에 눈이 먼 이 시대의 어른들이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범고래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범고래가 나오는 동영상과 관련글들을 읽어봤습니다. 범고래는 Killer Whale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건 영문이름일 뿐입니다. 누가보면 살인 고래인줄 알겠습니다. 야생의 범고래는 사람을 헤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에 인간이 범고래를 많이 살해했고 지능이 높은 범고래가 인간을 건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손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범고래의 아이큐가 80이라고 하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범고래는 바다 최강의 포식자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강한 포유류로도 유명합니다. 우리에게 죠스라는 영화로 익숙한 식인상어 백상아리는 범고래에게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지능도 뛰어나기 때문에 천적 조차 없습니다. 범고래들은 무리를 지어 움직이며 모계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얼음 위에 있는 물개를 사냥하기 위해 여러 마리가 동시에 얼음으로 돌진합니다. 얼음에서 빠진 물개는 범고래의 먹이가 됩니다. 범고래 성체는 몸길이가 10미터에 달합니다. 몸무게 역시 10톤까지 나갈 정도로 엄청나게 큽니다. 버스에 버금갑니다. 게다가 이동 속도 역시 시속 30킬로미터가 넘습니다. 이 덩치와 스피드로 달려든다고 생각해보세요. 맘만 먹는다면 왠만한 소형배는 전복시키고도 남을 겁니다. 범고래가 육지생물이었다면 인간과 대등한 입장에 있거나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명도 인간과 비슷합니다. 암컷이 100세 정도 살고 수컷이 50세에서 60세 정도까지 산다고 합니다.
범고래 관련해서 흥미롭게 본 유뷰트 영상 두 개를 소개합니다.
모터보트 소리를 흉내내는 야생 범고래
사람이 타고 있는 모터보트에 돌고래가 다가와 모터보트 소리를 흉내냅니다. 참 귀엽고 신기합니다. 흔히 고양이를 영물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범고래야말로 진정한 영물이라고 봅니다. 그들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정말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만 같습니다.
새끼 범고래가 떠나자 슬피우는 어미 범고래
1분 40초, 2분 50초에 어미 범고래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새끼 범고래를 다른 씨월드로 보내고 나서 슬퍼서 우는 소리입니다. 입을 벌리고 통곡하듯이 우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소름돋을 정도로 슬프게 울음소리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