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 00:02ㆍ라이프/잡문집
미디어, 대학교, 문인이 추천하는 권장도서 목록을 조사하고 10편 이상 연재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대학교부터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 신문사까지 국내에서 소개된 권장도서 목록 대부분을 소개했다. 어찌보면 단순한 스크랩에 불과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짓'을 왜 했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
'이 짓'을 한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들고 싶다. 우선 이 권장도서 목록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라고 판단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권장도서 목록 자체가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둘째 나에게도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권장도서 목록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로 권장도서 목록에는 겹치는 책들이 많다. 오죽하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공통 권장도서 목록도 있다. 여러 매체와 문인들에게 공통으로 추천을 받은 문학작품은 그만큼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카프카의 변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랬다. 목록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은 따로 메모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덧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을 오가며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권장도서 목록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읽게 되는 무수한 블로그 글과 신문기사도 배움이 됐다. 셋째 독자와 나만의 권장도서 목록 창고를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해두면 밥벌이를 하느라 책을 읽는 여유가 없는 이도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지 돌아와 권장도서 목록을 뒤져볼 수 있다.
오랜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입소문을 타 소문난 식당을 우리는 맛집이라고 한다. 소문난 전통 맛집에 가면 실패(=맛이 없어 후회)할 확률이 적다. 한번은 도가니탕은 독립문 대성집이 유명하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대성집에 가서 도가니탕을 먹어봤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권장도서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재밌고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입소문을 탄 책들이 주로 권장도서 목록에 오른다. 권장도서 목록에 소개된 책은 전통 맛집과도 같아 괜히 읽었다며 후회할 확률이 적다.
그런데 권장도서 목록을 참고하여 책을 읽는 행위가 마치 전형적인 속물의 것인 양 치부하는 시선을 종종 목격한다.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권장도서를 속물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남들이 추천하는 맛집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나요? 아니면 궁금해 한 적도 없어요?" 라고. 반드시 권장도서 목록을 참고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권장도서 목록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권장도서를 선정하고 소개하는 일은 계속해서 장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