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체험단 활동의 기쁨과 슬픔

2014. 12. 6. 01:02블로그/블로그 견문록


블로그를 운영하며 여러 기업들과 함께 체험단 활동을 했다. 기업은 서포터즈 혹은 기자단, 객원 마케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체험단을 모집했다. 2007년만 하더라도 체험단을 모집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은 적극적인 블로그 마케팅에 나섰고 주부/대학생/직장인/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막 시작했을 때는 어쩌다 기업의 체험단 소식을 보고 지원해도 불합격하기 일수였다. 블로그에 많은 컨텐츠가 쌓인 시점부터 체험단에 지원하면 십중팔구는 합격했다. 처음엔 합격의 기쁨에 1리터의 눈물을 쏟을 뻔했지만 그 기쁨도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기업의 체험단을 진행하며 느낀 기쁨과 슬픔을 가감없이 정리해보기로 했다.


기업 체험단 활동의 기쁨


아시아나항공 자카르타 여행 체험단


작년에 아시아나항공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을 신규취항하면서 체험단 모집 이벤트를 열었다. 네이버에 쟁쟁한 여행 전문 블로거들이 많기 때문에 지원은 했지만 마음은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발표일이 하루 지난 날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것도 5명의 블로거 중에 첫번째로! 가나다 순도 아니었기 때문에 감동이 더 컸다. 게다가 4명은 네이버 여행 블로거들이었다. "나만 티스토리 블로거야?"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아시아나 항공은 대표 항공사답게 블로거들에게 좋은 숙소와 항공편을 제공했고 블로거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일정을 제공했다.


스쿠트항공 대만 블로그 기자단


올해 초 중저가 항공사 스쿠트에서 블로그 기자단을 모집했다. 아시아나항공 체험단 활동으로 자신감이 있었기에 스쿠트의 블로그 기자단에도 지원했다. 이번에도 합격이었다. 합격한 11명의 블로거들 중 또 나 혼자만 티스토리 블로거였다. 이번에는 으쓱한 기분이 든다기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왜 네이버 블로거만 뽑아주는 거지?" 하는 생각 말이다. 티스토리에도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쓰는 경쟁력있는 여행블로거들이 많은데 유독 여행 기자단은 네이버 블로거들만 뽑는지 못마땅한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대만을 여행했다. 숙소를 주최측에서 정해놓았던 아시아나와 달리 스쿠트는 자유롭게 숙소에 묵고 숙박확인서만 받아오면 일정 금액 내에서 숙박비를 지원해줬다. 관광청 직원분이 친절하고 꼼꼼하게 잘 챙겨줘서 더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체험단


소니(SCEK)는 세계적인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를 출시하면서 체험단을 뽑았다. PS3를 워낙 재밌게 즐긴터라 호기심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다. 발대식에 갔더니 역시 겜덕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한 덕후하는데 겉모습만 봐도 비범한 덕후분들이 즐비했다. 발대식 현장에서 소니 직원분의 말에 따르면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단다. 체험단 전원에게 PS4를 무상으로 증정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우수활동자 몇명에게만 무상으로 제공되고 나머지 체험단은 할인된 가격으로 PS4를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게임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영광스럽기도 했고 유명 게이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기업 체험단 활동의 슬픔


더트래블러 트래블리포터의 예의없고 불쾌한 면접


잡지 더트래블러가 트래블리포터를 모집(http://thetraveller.blog.me/220103105926)했다.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응모하는 방식이었다. PPT 파일을 내려받았더니 취업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에 버금가는 지원서가 짠! 하고 나타났다. 여행에 대한 환상과 로망을 늘 간직한 채 사는터라 빼곡히 작성해서 지원했는데 1차 합격통보를 받았다. 2차 면접을 보러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로 오라고 했다. 


주최측에서 알려줬던 시간보다 30분이 넘어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관은 더트래블러 직원 2분과 노보텔 앰배서더 직원 1분이었. 그들은 늦게 시작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블로그를 운영한 히스토리를 이야기했더니, 더트래블러 SNS가 어떻냐며 평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뭐야, 제정신인가? 이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차도 마저 합격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참동안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 받았다. 면접이 거의 끝나갈 무렵 면접관은 "두 분은 너무 전문적인 분들이라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쾌했다. 이럴 거였으면 1차에서 합격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면접관의 언행 때문에 더트래블러라는 잡지와 그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까지 3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최측은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는 말이나 물 한잔을 건내 대신 노보텔 앰배서더 홍보 책자를 선물했다. 예의도 없고, 배려도 없는 면접이었다.


3개 기업의 체험단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며 느낀 점


무료한 일상에 뭔가 전환점을 주고싶은 마음에 여러 기업 체험단을 연달아 지원했다. 네 곳에 응모했는데 세 곳의 기업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여러가지 혜택에 기쁜 마음도 잠시, 포스팅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한 곳은 제대로 된 활동을 해주지 못했다. 처음의 각오를 저버린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기업담당자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포스팅을 하다보면 블로그에 기업 홍보글이 도배될 염려도 있는데 그 간단한 사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기업 체험단에는 어쩌다 한번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 남아있는 한곳이 끝나면 당분간 체험단 활동은 자제해야겠다. 기업 홍보글로 도배된 블로그를 보는 건 나도, 독자도 원치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 tomertu via Sh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