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장그래가 블로거에 어울리는 인재인 이유

2014. 12. 31. 21:37블로그/블로그 운영법


드라마 미생을 보셨나요? 저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친구의 추천으로 뒤늦게 봤습니다. 1편부터 20편까지 며칠에 걸쳐 정주행했습니다. 너무너무 재밌더라고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생생한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저는 블로그 운영 경력을 인정받아 첫번째 직장을 대리로 시작했습니다. 미생 속 영업3팀 천과장처럼 입사동기가 없어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직장은 고스펙자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미생 속에서 등장할법한 이야기를 몇번 들었습니다. 모차장으로부터 "니가 기술이 있냐? 뭐가 있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모과장으로부터는 "내가 인사권자였으면 너 안 뽑았을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죠. 모과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실제로 미생 속 오상식 과장이 장그래 사원에게 한 대사입니다.


계약직 사원, 신입사원은 장그래의 모습에, 열혈 대리들은 김동식 대리의 모습에, 만년 과장들은 오과장의 모습에, 워킹맘들은 선차장의 모습에, 성실한 부장들은 김부장의 모습에 자신을 비춰보며 크게 공감했을 겁니다. 일곱살 때부터 바둑을 했던 장그래의 모습을 보며 장그래는 회사원보다는 전업블로거에 더 어울리는 인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기에는 장그래보다는 한석율 사원이나 김동식 대리의 성향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미생을 본 주변 지인들이 "장그래 완전 나 같아.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장그래가 회사원보다는 블로거에 어울리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미생을 보고 자신이 장그래와 닮았다고 생각하셨다면 블로거로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봐도 됩니다.


스펙이 전무하다


오과장은 장그래의 면전에 대고 "고졸 검정고시는 그렇다치고 외국어 전무, 특기 전무, 스펙 전무! 요즘 애들 같지가 않네!"라며 직격탄을 날립니다. 나이가 어리고 스펙이 출중하다면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어마무시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또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복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풍족한 젊음과 중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생에서는 장백기 사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장백기 사원처럼 뛰어난 스펙을 가진 이들보다는 장그래처럼 튼튼한 몸뚱아리 외에는 가진 게 없는, 스펙이 부족한 이들에게 더 어울립니다. 


실제로 H자동차 연구소에 다니며 높은 연봉을 받던 블로그 이웃이 있었는데, 어느덧 블로그 운영을 하지 않더군요. 남보다 높은 연봉과 복지를 누릴 때는 격무, 성과 스트레스 등의 댓가가 반드시 따르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돈을 준 만큼 부려먹는다"라고 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대기업 직원이 블로그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기업 직원 보다는 중소기업 직원, 프리랜서, 주부, 백수가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게 이 바닥(블로그 세상)입니다.


혼자 하는 일에 익숙하다


영업3팀 오과장은 스펙도 없고 낙하산으로 입사한 장그래를 못마땅해합니다. 장그래에게 USB메모리를 건네며 "우리팀 아이템 관련 자료들이야. 폴더 만들어져 있으니까 해당 폴더에 정리해서 옮겨 넣어!"라며 일을 시킵니다. 장그래가 작업을 마친 후 오과장에게 보여주자 오과장은 "너 친구 없지? 혼자 쓴 일기를 보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장그래를 나무랍니다.


일기를 쓰듯이 웹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는 일, 그 자체가 블로그 운영입니다. 바둑을 좋아하고, 바둑을 두며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장그래는 대기업 직원보다는 전업블로거에 더 적합한 인재입니다.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저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블로거들을 만나보면 대개 내성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카테고리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거의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차분하고 신중하며 내성적인 인물. 장그래죠. 한석율(변요한) 보다는 장그래(임시완)와 비슷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IT/패션/요리/육아/시사/사진/여행/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블로그 운영자를 만나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장그래처럼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을 가진 이라면 블로그를 운영해보세요. 평생 직장은 옛말이요, 언제 짤릴지 모르는 회사를 위해 여생을 바치는 것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아가는 게 더 나은 노후를 보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