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페이퍼 뛰어넘는 국산 앱을 기대한다

2014. 2. 6. 13:43라이프/이것저것 리뷰


네이버는 과거 첫화면 정중앙에 언론사들의 뉴스기사를 링크하는 방식의 서비스 뉴스캐스트로 포털이 언론사가 될 수도 있으며 업계의 판도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개편하면서 겉으로 힘을 잃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모바일 트래픽이 계속해서 급증하는 추세이기에 뉴스매체로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여전히 뉴스캐스트와 유사하게 네이버 첫화면에 언론사들의 기사를 모아 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로 한국 언론을 흔들더니 이번에는 페이퍼가 나와 전세계를 흔들 모양새다. 페이퍼가 세계를 선도하는 뉴스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뉴스를 얹은 게 아니라 페이스북을 얹은 것

명실공히 세계 1위의 SNS 서비스로 군림하는 페이스북이 페이퍼라는 앱을 내놓았다. 현재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내려받을 수 없지만 앱스토어 미국계정을 만들면 페이퍼(https://itunes.apple.com/us/app/paper-stories-from-facebook/id794163692?mt=8)를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다. 페이퍼를 처음 실행하면 음성으로 친절하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기존에 설치해뒀던 페이스북앱이 필요없을 정도로 페이스북 유저에게도 보기좋고 편리했다. 실제로 페이퍼를 설치하면 페이스북앱은 삭제하고 페이퍼만 남겨놓게 된다. 페이퍼는 단순히 페이스북에 뉴스를 얹은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뉴스앱을 만들고 페이스북을 얹어놓은 것이 아닐까.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소식과 이웃들의 잘난척을 봐야하는 데에 이골이 난 이용자들에게 페이퍼는 축복이다. 필자는 뉴스를 보려는 목적으로 페이퍼를 설치했으나 "페이스북 친구들의 소식도 덩달아 볼 수 있으니 더욱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 페이퍼 따라 만든 뉴스앱 나올 것만 같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산 짝퉁 명품백과 시계를 경멸하듯 쳐다본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역시 복제의 문제에서 썩 자유롭지 못하다. 구글이 전세계 곳곳의 길거리를 촬영해 인터넷으로 볼 수 있도록 한 스트리트뷰를 출시하자 다음은 로드뷰를 네이버는 거리뷰를 각각 내놓았다. 구글이 기념일을 맞아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선보이자 국내 포털이 금새 따라한다. 미술관 내외부를 촬영해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한 구글의 아트프로젝트가 나오자 네이버 뮤지엄도 따라 나온다. 모방사례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한국은 중국보다 더한 복제의 나라'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페이퍼(https://ko-kr.facebook.com/paper)의 성공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포털 및 앱개발자들이 유사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 포털에 모방을 넘어 업계를 선도하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벤쳐와 개발자에 희망을 건다

큰 규모의 조직일수록 조직 내 분위기는 상명하복, 수직적이며 그렇지 않은 척 하더라도 윗사람의 말을 거역하기 힘든 게 우리나라 기업의 특징이다. 바른 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조직에서 밀려나기 일수며 윗사람의 이야기에 굽신굽신하며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소신을 지키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어렵다. 이렇게 윗사람이 듣기 좋은 말만 해야 하는 우리 대기업에서 혁신과 창조를 기대하기란 일찌감치 무리다.

공룡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개미가 해낼 수도 있다. 벤쳐와 중소기업에 속해 일하거나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역량있는 개미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정부가 발벗고 나섰으면 한다. 개미들을 지원하는 게 바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지상 목표가 아닌가. 공룡은 제2의 페이퍼를 만들 수 있지만 개미는 페이퍼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