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서평
마냥 아쉽다. 박준 시인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시집 전체적으로 시인이 완전하게 자기 생각을 펼쳐놓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도보여행하기로 계획했다고 치자. 고성에서 해남까지 10분의 6 혹은 7쯤에 해당하는 부산에서 멈추고 버스 타고 KTX 타고 서울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다리 아파서 그랬는지 의욕을 상실해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의 시에서는 감정의 극단이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절제의 미'로 볼 수도 있지만 어딘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완전히 내보일 수 있는 것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경계하는 움츠림이 보였다. 이 시집은 끄트머리에 있는 발문이 시 자체보다 좋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미려한 분..
202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