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2. 13:25ㆍ글쓰기/오피니언
2021년 국과수에서 만난 한 여성 공무원은 "세종시(https://www.sejong.go.kr/index.jsp) 공무원들만 로또 맞았어요"라며 자신도 공무원인데 왜 세종시 공무원만 특혜를 받느냐며 하소연했다. 그때만 해도 그게 무슨 소리인줄 몰랐다. 2023년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함께 일하던 육군 중령 출신 동료 사감은 내게 "세종은 엽기적인 도시예요. 공무원들이 특공으로 아파트 받아서 부동산 시세 올려놓고 차익도 챙겼어요"라고 했다. 오늘 유튜브에서 쇼츠 영상을 봤다. 충북 소재 공공기관(https://innocity.molit.go.kr/content.do?key=2208172180077)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세금으로 매년 수십억 들여) 운행되던 셔틀버스 운행이 대통령 지시로 막히면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은 "분양권 특혜받아서 차익 남기고 판 시람들부터 전수 조사해서 토해내도록 하자"였다. 그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있었던 엽기적인 사실이다.
훼손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었다. 세종시 건설이 그 무대였고 공무원들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는 해당 정책의 부산물이었다. 취지는 나무라 것 없이 좋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돌이켜보니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에게 5억원이라는 막대한 시세차익만 가져다 준 실패한 정책이었다.
누가 얼마나 가져갔을까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는 2011년 시작됐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최대 5%를 이전기관 공무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나 무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렸다. 10년간 이 제도로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2만 6,163가구로 전체 세종시 공급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다른 지역 공무원들이 민원대에서 악성 민원인에게 두들겨 맞는 사이 세종시 공무원들의 집값은 폭등했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공무원들이 분양받은 평균 아파트 가격은 2억 9천만원(33평형 기준)이었는데 2021년 시세는 약 8억 1천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공을 받은 공무원 1인당 평균 5억 2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성한 도시에서 시세 이하로 넘겨준 주택의 차익이 청렴해야 할 공무원의 개인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말았다.

특정 공공기관의 조직적인 탈법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고시된 관세평가분류원(https://www.customs.go.kr/cvnci/main.do)은 171억원의 국가 예산으로 세종시에 신청사를 지어 이전기관 자격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전체 직원 82명 중 49명이 이를 근거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 청사는 실제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먼지만 쌇인 유령 건물이 됐고 직원들은 원래 근무지에 남아 수억원의 시세 차익만 손에 쥔 셈이다.
세종시교육청(https://www.sje.go.kr/intro/sje/index.html?sysId=sje)은 산하 기관을 분리해 소멸 예정이더너 특공 자격을 5년 연장시키는 꼼수를 썼다. 청사가 군산과 인천으로 이전한 기관 직원들도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했고 시세차익을 누렸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공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단 하루도 거주하지 않고 매각해 약 1억 6천만원을 남겼다. 정책을 집행해야 할 당사자가 그 허점을 가장 빠르게 이용했다. 전매금지 기간에 불법으로 분양권을 넘긴 사례만 2,085건이며 5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제도, 감독, 윤리 부재로 생겨난 환장의 콜라보
MB(이명박) 정권에서 시작한 세종시 공무원 특공 사태는 제도, 감독, 윤리가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특공 제도는 설계부터 허술했다. 주거 안정이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차익 환수 장치가 있었어야 했다. 초기 전매제한은 고작 1년에 불과했으며 실거주 의무도 없었다. 감독도 전혀 없었다. 171억원 예산이 유령 청사에 투입되는 동안 기획재정부, 행복청, 관세청 등 어떤 국가기관도 제동을 걸지 않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공 자격 검증은 공공기관 계약직 채용 서류 심사 수준에도 못미쳤다. 공직 윤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균형발전이라는 공익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집단이 그 혜택의 수혜자였으며 편법과 탈법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끝난 줄 알았는데 재점화한 특공 논란
2021년 7월 특공 제도는 폐지됐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수천억대 시세차익은 환수되지 않았다. 전매제한이 지난 후의 매각은 합법이었다. 합법성이 늘 정당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도시에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로 얻은 주택에서 발생한 이익이다. 특공을 받은 공무원들은 로또 1등을 맞은 것마냥 쾌재를 불렀고 공직 윤리는 작동하지 않았다.
국과수 공무원의 "로또", KDI 동료의 "엽기적인 도시 세종"이 아침 내내 머리에 맴돈다. 공무원들은 내부에서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 선의는 제도를 만들지만 제도를 지탱하는 건 결국 감시와 책임이다. 세종시 특공 사건은 그 원리를 거꾸로 증명한 흑역사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