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립도서관 4층 직원 적극행정 칭찬

2025. 7. 20. 19:11글쓰기/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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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말이면 부모님댁에 가거나 도서관에 간다.

 

세종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은 세종시립도서관이다.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립도서관, 집 근처에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 도서관까지 모두 가봤는데 여기가 제일 좋았다. 우선 공간이 내 취향이다. 건물 구조, 동선, 분위기, 직원의 친절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세종시립도서관이 내게 가장 잘 맞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

 

지난 주말에는 DVD 영화를 볼 생각으로 세종시립도서관에 들렸다가 내가 찾는 영화가 없어 다시 국립세종도서관에 갔다. 국립세종도서관에는 내가 찾는 영화가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데이먼 주연의 디파티드! 영어권 백인 남성들이 환장한다는 영화 디파티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을 받았다.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했는데 나는 원작인 무간도보다 디파티드가 훨씬 재밌었다. 내 생에 도서관에서 본 첫번째 영화는 디파티드가 됐다. 특히 아래 인터뷰 동영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신임 경찰 후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현직 경찰 마크 월버그가 압박 면접을 하는 장면인데 상대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마크 월버그의 연기가 압권이다. 이 부분이 재밌어서 영화 스크립트를 찾아 프린트하고 수차례 돌려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7AWhQ8BREXM

 

 

이번 일요일에는 세종시립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서 빌려 조금 읽다 만 책을 반납하려고 들렸는데 글쎄 내가 찾던 원서가 있었다. 영어도 공부하고 책도 읽을 요량으로 원서를 찾았다. 조지오웰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이 꽂혀 있었다. 포켓 사이즈로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었다. 정보라 작가가 쓴 공포단편소설 Cursed Bunny도 보였다. 한강 작가의 Vegetarian도 있었지만 왠지 꺼려졌다. 마지막으로 알베르토 까뮈의 The outsider까지 이렇게 세 권을 빌렸다. 뿌듯했다. 집에 와서 침대 옆에 한 권, 소파에 한 권 올려놓고 한 권은 사무실에 가져다 놓으려고 책가방에 넣어뒀다. 언제든 생각날 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는 것은 나만의 독서 방법이다.

 

DVD 영화를 감상하려면 도서관 4층 키오스크에서 '미디어 감상실'을 예약해야 한다. 총 4개의 감상실이 있는데 1개 감상실이 분명히 비어 있음에도 예약이 이미 꽉 차 있었다. 그래서 4층 데스크에 있는 직원분에게 해당 내용을 알렸더니 예약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주셨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예약이 취소돼 미디어 감상실 2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직원 입장에서는 "이미 예약이 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좀 기다리셔야 해요"라고 기계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예약만 해놓고 노쇼한 사람 때문에 시민이 불편을 겪는 상황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응대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사서로 보이는 남자분이셨는데 친절하기까지 했다. 세종시립도서관은 이 분께 최소한 근무평가에 도움되는 상점이라도 주면 좋겠다.

 

소파도 정말 편해보였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과 파랑색 그리고 회색이 얼른 소파에 눕고 싶게 만들었다.

 

오늘 빌린 원서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에서 뿌듯한 기운이 차올랐다. 오늘은 조커를 다시 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을 때 합정에서 봤는데 이게 몇년만인지. 오래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는 행위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종의 향수 같은 거 말이다.

 

영화 주인공이 불량배와 다투다 두들겨 맞는 장면과 왼쪽 현실세계에서 열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비됐다. 조커는 역시 명작이었다. 무려 50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극장에서 본 영화로 네이버 평점은 무려 8.97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디파티드처럼 작품성과 상업적 흥행 둘 다 성공한 영화인데 볼 때마다 씁쓸하면서 통쾌한 면이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처럼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고독, 외로움 같은 게 느껴지며 끊었던 술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세종시립도서관 미디어 감상실 덕에 즐겁게 일요일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친절하고 적극적은 직원의 행정 덕에 세금을 내는 보람이 있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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