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현 웹시집 현 가의 몰락

2025. 7. 15. 20:39글쓰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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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라기 보다는 어느 시인의 등단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전업작가의 단꿈에 흠뻑 젖어 있을 때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고 그의 글을 필사하곤 했다. 이슬아 작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에는 오랜만에 필사를 해보자며 이슬아 작가의 칼럼을 읽었다. 어떤 시인의 데뷔 방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현 가의 몰락 캡쳐화면

 

이슬아 작가는 글에서 계미현 시인과 웹시집을 소개했다. 몹시 궁금해졌다. 얼른 다른 창을 열어 계미현 시인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봤다. 검은 배경 화면 위로 개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개미를 클릭했더니 계미현 작가의 낭독회 동영상이 나오기도 하고 시인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치 미술관에서 인터렉티브 예술작품을 보는 순간의 감흥이 느껴졌다.

 

웹시집 현 가의 몰락

https://thefallofthehyuns.net/

 

시도 몇개 읽어봤다. 시가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난해함을 갖추면서도 너무 난해하지 않아 좋았달까.

 

계 시인의 시도는 귀하다. 과거에는 시인으로 등단하는 행위 자체가 고귀한 것처럼 여겨졌다. 출판사 혹은 신문사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야 시인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짜여진 프레임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웹으로 구축하고 콘텐츠 플랫폼과 연계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건네고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으리라. 계 시인은 누구라도 엿볼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있는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한 셈이다. 약간의 시샘도 느껴진다.

 

나도 목소리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다만 그 형태가 영상이 될지, 글이 될지, 소리가 될지 아직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나처럼 자기만의 우주를 세상에 내놓으려고 준비 중인 자에게 계미현의 시도는 의미있는 발자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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