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5. 14:17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스포츠 스타의 살인사건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애론 에르난데스는 프로미식축구 NFL의 슈퍼스타였다. 프로 구단과 4천만 달러(한화 약 475억)에 계약을 했고 대저택에 살았다. 걸어다니는 중견기업이었다. 예쁜 약혼녀와 딸이 있었고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게다가 몸매도 좋고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한마디로 세계적인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그 자체였다.
그랬던 그가 다른 미식축구 선수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팬들이 그가 무죄라며 그의 편을 들었다. 그만큼 인기있는 아이돌이었다. 3편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잘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빡빡이 머리를 하고도 저 정도 생기려면 보통 잘생기면 안 된다.
나름의 감상평을 정리해본다.
1. 아버지의 죽음
애론 에드난데스에게 아버지는 신적인 존재였다. 유명한 운동선수였으며 지역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남자다운 남자였다. 물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아들에게만큼은 멋진 남자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나서 심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2. 어머니와의 갈등
어머니란 존재는 무엇인가? 나를 낳고 길러준 고마운 존재이자 내 존재의 Founder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어머니라는 존재와 애론의 불화는 보는 내내 위태한 마음이 들게 했다.
3. 소수성에 대한 편견
성에 대해 무척 개방적이라고 하는 미국도 Gay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특히 미식축구처럼 '남자다움'을 상징하는 스포츠에서는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애론은 양성애자였다. 게이 미식축구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데 좀 슬퍼보였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어쩌라는 걸까? 나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homosexual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좀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4. 뇌손상과 극단적 선택의 관계
애론은 결국 감옥에서 목을 매달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가족들은 애론의 뇌를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뇌과학자가 분석한 애론의 뇌는 확실히 일반적인 27세의 뇌와는 달랐다. 엑스레이로 촬영한 뇌는 빈 공간이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손상이 있었다. NFL 선수들이 뇌손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조심해야 하겠지만 물리적인 트라우마 역시 되도록 입지 않도록 해야겠다.
5. 참을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
사람은 참 약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론만 그런 게 아니라 애론을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그렇다. 애론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다 가진 엄친아라고 생각하겠지. 나 역시 처음 애론이라는 선수를 알게 됐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마리화나를 상습적으로 복용했고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갈등하며 얼마나 괴로웠을지 한편으로는 좀 짠한 마음도 들었다. 날 낳아준 부모에게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비참하고 슬픈 일도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마냥 행복해보이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인간도 속으로는 외롭고 괴롭게 사는 게 인간사인가 보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가슴을 아프게 하는 다큐멘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