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2. 09:18ㆍ라이프/잡문집
이 글은 실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월간조선 총무부장의 뒷통수를 맞았지만 함께 일하던 공무원분(O사무관)의 도움으로 중앙일보 계열사로 이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책 블로그의신을 썼고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회사를 알아보았다. 광화문에 있는 여행스타트업인데 태국 방콕에 본사가 있으며 '태국 근무가 가능한 자'라는 항목이 자격요건에 적혀있는 걸 보니 묘하게 끌렸다. 한국지사의 규모나 회사이름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본사의 위치가 방콕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명동 한복판에 있는 빌딩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과연 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입사지원을 했고 마케팅팀장으로 서울 지사에서 근무했다.
두어달 지났을까? 방콕에 있는 조사장이 누굴까 몹시 궁금해졌다. 지사에 있는 모든 임원들이 그 분 이야기만 나오면 입이 마르도록 칭잔을 해댈 정도로 조직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출장 기획안을 냈고 임원의 승인을 얻었다. 방콕에 있는 조사장이 바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건내 들었다. 임원은 내게 전화번호가 적인 종이쪽지를 건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전화하세요."라고 했다. 약 1주일 후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은 처음이었기에 수완나품공항은 무척 낯설었다. 공항에서 조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아속 소피텔 앞으로 오라고 했다. 충청도 사투리가 약간 섞인, 무심한 듯 내뱉는 말투였다. 공항택시를 잡아타고 약 40분 정도 흘러 호텔 소피텔에 도착했다. 호텔 정문 앞 테이블에 남자 두명이 앉아 있었는데 키가 작은 체구의 사내가 조사장이라는 느낌이 왔다. 170cm가 되지 않는 작은 체구였지만 두 눈에서 내뿜는 기운이 굉장했다. 번쩍이는 안광 외에도 상대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색한 웃음이었지만 마치 호랑이를 본 것 마냥 긴장됐다. 그가 "택시비 얼마나 나왔어요?"라고 물었고 "500바트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어요. 사기 당했네요."라며 웃었다. 그 옆에 있던 본부장이라는 남자는 비열한 인상에 호감이 가지 않았다. 사실 서울사무소 직원들로부터 싸가지 없는 본부장을 조심하라고 들었기에 더 그래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인타운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둘은 이미 식사를 마친 후였기에 혼자서 밥을 먹었다. 조사장은 내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인터뷰했다. 식사를 마치고 조사장은 자리를 떠났고 본부장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향했다. 아속 근처에 있는 콘도였는데 시설이 너무 좋아서 놀랬다. 2명이 살아도 충분할 공간과 주방까지 갖추고 있었다. 길거리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건물 안은 왠만한 호텔 못지 않게 깨끗했다.
짐을 풀고 자리에 누웠다. 방콕에서의 첫날밤은 새벽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