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니어스 / 티나 실리그

2017. 3. 13. 13:43라이프/책&작가 평론

토요일 오후 3시 서교동 북티크에서는 독서모임 '세시서점'이 열린다.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려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 이야기를 듣고 내가 읽은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내가 세시서점을 자꾸 나가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는 무얼까? 아이러니하게도 세시서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모임에서 내 차례가 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건낸 적이 있다. "저는 책을 통해 다른 책을 알게 되고 책의 내용이 영화나 음악으로 연결되는 게 재밌어요."라고.


티나 실리그의 인지니어스는 그런 책이었다. 기꺼이 나를 영화, 음악, 유명인, 작가에게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와도 같은 책 말이다.


* 인지니어스 http://www.yes24.com/24/Goods/35095973?Acode=101


31P. "이것은 당신이 세상의 모든 상황을 다른 각도 - 가까이에서, 멀리서, 거꾸로, 뒤에서 -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하지만 바로 이 '준거기준(frame of reference)'에 의문을 갖고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상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통찰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연결 → 철학자 고병권의 서재(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57437


인터뷰 내용 중 니체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이 떠올랐다. 고병권의 서재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다.


니체는 바로 저걸 문제 삼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만약에 그 근거가 없어진다면. 그니까 우리가 평가를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이게 옳고, 이게 그르고 하는 이런 것들이 근거 없다는 걸 깨달으면 어떻게 되냐면 마치 산을 오를 때요. 우리가 산을 쭉 올라가는데 더 깊은 곳에서 본 것과 더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이 위계가 없어요. 우리의 조망은 저 아래 골짜기에서 봐도 보이는 게 있고요. 산허리쯤 올라가서 보이는 게 있고, 정상에 올라가도 보이는 게 있어요. 정상에서 보는 게 제일 좋고, 허리가 두 번째고, 골짜기가 세 번째고,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사물을 대하거나 어떤 판단을 할 때, 뭘 해야 하냐면 어떤 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그냥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린 뭘 하냐면 그것에 의해서 평가절하되어왔던 많은 것들을 복원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노인들을 보면 아, 저 노인들의 노쇠함을 보지 않고 원숙함을 볼 수 있고. 그 높이에서 잘 보이는 거에요. 그 높이가 보여주는 거. 아이를 보면 유치함을 보는 게 아니고 천진난만함을 보고. 거기서 볼 수 있는 강점이 뭔지. 그럼 우리는 각각의 산을 올라가면 저 깊은 곳부터 저 높은 곳까지 각각의 높이가 주는 고유한 덕성이랄까, 힘이랄까요? 거기 통찰이 있어요.



122P. "코미디에서 배경에 깔린 웃음소리는 우리에게 곧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단서를 준다. 마치 호러 영화에서 음산한 음악이 우리에게 위험이 다가옴을 알려주듯 말이다."


연결 → 영화 노인을 나라는 없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6751


코엔형제 감독의 공포/스릴러 영화 '노인을 나라는 없다'에는 사운드트랙이 딱 한 곡(영화 중간 부분 모스가 멕시코 국경을 넘어 잠에서 깨는 장면)만 들어가 있다. 별다른 음향효과 없이 엄청난 긴장감과 공포감을 전달하는 감독의 능력이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책의 내용이 영화로 연결되어 잠시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대목이다.



149P. "직원들은 안전하게만 가려고하고 연말에 부정적 리뷰를 받을까 두려워 창조적 일을 꺼린다. 반대로 관리자들이 자주 피드백을 준다면 직원들은 뿌리 깊은 패턴과 기대가 완전히 자리매김하기 전에, 즉각 그들의 행동을 바꿀 기회를 갖게 된다."


연결 → 회사 생활 경험


성과주의로 똘똘 뭉친 조직에서 창조적 일을 한다는 건 모험이다. 특히 군대문화, 유교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국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일을 벌여 성공하면 좋지만 단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책 인지니어스에도 평균적으로 시도한 프로젝트의 3분의 1만 성공한다고 나와 있다. 조직 내에서 창조적인 일을 진행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도의 끝이 실패로 끝나게 되면 그 책임의 화살은 처음 프로젝트를 들이민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화살을 직격으로 맞아봤기 때문에 감히 조언을 해본다. 한국 회사에서는 그냥 조용히 묻어가는 게 더 현명한 일일 수 있다.



186P, 187P. "천재는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그랜드슬램을 위해 9개의 스트라이크 아웃 비용을 기꺼이 수용한다."


연결 →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CF https://www.youtube.com/watch?v=45mMioJ5szc


"나는 9000번의 슛을 실패했다. 거의 300개의 시합에서 졌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경기에서 26번이나 실패했다. 살아오면서 계속해서 실패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라는 내용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문장이다.



217P. "많은 예술가와 기업가들은 지적 호기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화, 슬픔, 기쁨을 포함한 강력한 느낌에 의해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일부 최고의 시들은 극도로 우울한 시기에 쓰였다. 가장 매력적인 산문의 일부는 가슴 저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결 → 시인 기형도와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우울한 감성의 시로 유명한 천재시인 기형도와 암울한 주인공에 자신의 삶을 투영한(인간실격)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떠올랐다. 극한의 상황에서 불쑥 올라오는 진한 감정이야말로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