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4. 19:06ㆍ라이프/소탈한 여행기
이웃블로그 운영자가 취재비를 지원하는 팸투어를 추천했는데 또 다른 팸투어 일정과 겹쳤다. 며칠동안 고민했다. 돈도 좋지만 김광석길이 일정에 포함된 취향저격 팸투어에 가기로 했다. 김광석은 나의 20대와 30대를 함께한 낭만가수다. 지방 영상음악실에서 DJ 알바를 할 당시 김광석 노래는 하루에도 수차례 신청곡을 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 중에서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라이브 공연 영상이 인상깊었다. 그러나 당시의 김광석은 내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일 뿐이었다. 30대가 되어 인생의 풍파를 몇차례 겪다보니 김광석이라는 가수의 노래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심금을 울린다. 유튜브로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IwZtD0XB7JQ)을 감상하다보면 눈물이 흐를 때도 있다. 12월 17일, 그날은 뭐랄까. 돈도 좋지만 김광석이 더 좋은 그런 날이었다.
김광석길은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조성한 벽화거리다. 중구청과 11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김광석길 초입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골목길 왼쪽으로는 벽화가 오른쪽으로는 상점이 즐비하다.
MBC 정오의 희망곡 라디오 스튜디오도 김광석길에 있다. 바깥에서 DJ를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서른 이후의 좌절감을 표현한 문장들이 보였다. 나의 경우는 30 후반이 되니 조금씩 이런 감정들을 깨치게 되었다. 주변의 40세가 넘은 형님들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40대에 이 글을 본다면 그때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
김광석의 매력은 목소리와 서글서글한 인상에 있는 게 아닐까. 웃는 모습이 참 좋다.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전하세요." 지금은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도 있다. 보고싶은 사람에게 전화 한 통 걸어보는 건 어떨까?
김광석하면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를 빼놓을 수 없지, 암.
전신주는 커플들이 적어놓은 글씨로 빼곡하다. 무척 귀엽고 따뜻해보였다.
김광석의 노래와 그에 어울리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노랫말과 그림을 보다보니 부모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 모시고 놀러오기에도 좋아보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코너도 보였다. "펜스에 자물쇠와 군번줄을 채워주세요.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집니다."라고 쓰인 문구를 보고 있으니 그때 그 시절이 아른거렸다.
김광석길 방문소감 남기기 게시판에는 분필로 소감을 적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골목 구석구석 김광석의 얼굴이 나를 맞아주었다.
김광석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도 보였다. "웃고 있는 얼굴이 좋아보여요, 광석이 형님."
김광석은 가수로서도 좋아하지만 중학교 시절 친구를 닮아서 더 정이 간다.
친구끼리, 커플끼리, 가족끼리 놀러와서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의자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귀엽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 그림을 보고 있으니 고등학교 시절에 짝사랑했던 그녀가 떠올랐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여자애를 좋아했었는데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결국 사랑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순수했던 첫사랑의 감정이 아련하다.
"형. 소주 안주로 제일 좋은 게 뭔줄 알아요? 그건 말이에요. 김광석의 노래에요. 소주 안주로는 김광석 노래가 최고라고요." 캬- 오늘 저녁에는 김광석 노래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