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신에는 담지 못한 유시민 작가와의 인연

2015. 8. 20. 07:13블로그/블로그 견문록


블로그에 작성한 1,900여 개의 글 가운데 가장 많은 공유가 일어난 글은 유시민 작가(http://www.usimin.net/)의 글쓰기 강연 영상을 받아 적은 글입니다. 2013년에 유튜브에서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강연영상을 처음으로 접했는데 "이건 무조건 받아적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영상을 틀었다 멈췄다를 반복하면서 필사했습니다. '필사적인 필사'였죠. 2시간이 넘도록 받아적은 글은 한글(HWP) 문서로 총 10페이지 분량이었습니다. 글을 작성한 다음날부터 방문자가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입경로를 살펴보니 Daum 카페/Naver 카페/SLR클럽, 뽐뿌, 네이버 블로그 등 다양한 경로와 서비스를 통해 글이 스크랩되거나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만 1만회 이상의 좋아요, 8천여 회 이상의 공유가 일어났습니다.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글 전문을 퍼가거나 부분만 퍼간 숫자를 파악하는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실력을 직접 체험한 사건이었습니다.


유시민의 말을 글로 바꾸며 떠오른 생각


유시민 작가의 말을 모두 배껴쓰고 나서 글을 읽어보니 이걸 그대로 책으로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로 강연에서 "아~"하는 말까지 모조리 받아적었는데 40여 분 동안 이야기한 말 속에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양팔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좋은 예술 작품은 사람의 감정을 살아나게 하잖아요. '척하는 것'과 '진짜 그런 것'은 분명히 다른 겁니다. "유시민은 예술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은 독자의 제보


블로거팁닷컴의 독자분이면서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어느 분께서 페이스북 내에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캡쳐 이미지와 함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책의 내용은 "자의 반 타의반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했다. 글쓰기에 대한 평소 생각과 경험을 두서없이 이야기한 강연 텍스트가 인터넷 공간에서 제법 멀리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참 많구나!"였습니다. 독자분은 고맙게도 "글쓰기 특강 책을 읽다가 제트님 생각났네요."라고 친절한 말까지 덧붙이셨습니다. 문득 유시민 작가님이 내 글을 보고 이 글을 쓴 것 같다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유시민 작가로부터 받은 이메일 답장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출판한 곳의 전화번호를 찾아 담당자분과 통화했습니다.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유시민 작가님께 문의를 드리고 싶은데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고맙게도 알려주시더라고요. 유시민 작가님께 메일을 보내고 이틀날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다른 분이 퍼나른 것을 보고 글쓰기 책을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감동했습니다. 블로그에 작성한 글이 유명 작가가 베스트셀러 책을 쓰는 계기의 일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요. 유시민 작가님으로부터 2권의 책도 선물받았습니다.



유시민 작가와의 소통에서 얻은 교훈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나름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을 가장 먼저 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방문유입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만 2만회 이상의 반응이 일어났으니 글 1개 덕분에 최소 10만회 이상의 블로그 방문 유입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수고를 대신하여 작성한 글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해당 글(http://bloggertip.com/4175)로 가서 댓글을 확인해보면 "어렵게 고생해서 좋은 글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들여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에구 고생해서 쓰셨는데 쉽게 가져갑니다. 고맙습니다"라며 도리어 글을 받아적은 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여러모로 살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


사진 Vira Mylyan-Monastyrs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