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터넷 과거는 안녕하십니까 '디지털 주홍글씨'

2014. 1. 11. 00:30인터넷/유용한 앱과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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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인터넷에 남긴 과거의 기록의 지워준다는 온라인 기록 삭제대행 서비스가 인기다. 뉴스에 익명으로 소개된 대행업체를 검색해보니 OO크루즈캐스팅컴퍼니라는 회사였다. 철없던 시절 생각없이 달았던 댓글을 지워준다는 말에 현혹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삭제 대행 서비스에는 50만원에서 2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정치인을 고객으로 평판관리를 대행해주는 회사도 생겨났다. 

한 인터넷 기록 삭제 대행업체는 수능 시험을 치룬 수험생을 대상으로 반값 이벤트를 열었다. 50% 할일된 가격에 인터넷에서의 과거 행적을 지워준다는 조건이다. 업체 관계자는 "대학교수들도 면접을 앞두고 해당 수험생의 과거 행적 등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비용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50% 할인된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다. 몇점 차이로 등락을 결정하는 입시인만큼 지갑을 꺼내는 학부모들도 분명 있을법하다.


인터넷 세상 '양날의 검' SNS


야구장의 임삿갓

미니홈피에 남긴 일기글이 발단이 돼 SNS(트위터)상에서 구설에 시달리던 아나운서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무리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미모의 아나운서가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남긴 야구선수와의 성추문은 방문자에 의해 캡쳐됐고 대형 커뮤니티와 SNS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임삿갓이라는 별명을 얻은 야구선수의 합성 사진이 인터넷을 도배한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아나운서는 오피스텔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전국민적 비난을 산 축구선수의 일화도 유명하다.

 


SNS 운영으로 돈을 벌고 SNS로 얻은 온라인 브랜드로 취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SNS에서 만난 사람과 사업 계약을 하고, 평생의 인연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례에서 보듯 SNS는 누군가에는 독이,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글은 어떻게 삭제하려고


카페나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이나 덧글은 간단히 삭제할 수 있다. 그런데 타인에 의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퍼진 의뢰인의글은 어떻게 삭제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고객의 의뢰를 받은 업체가 해당글을 올린 트위터 이용자에게 멘션이나 메시지를 보낸다고 치자. "인터넷 기록 삭제 대행사 담당자 OOO 대리입니다. 게시글 삭제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순순히 "네 알겠습니다. 제가 부주의 했습니다. 삭제할게요."라고 응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민간업체가 법조항을 들이대며 삭제를 요청한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터넷 기록삭제 대행업체의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SNS상에서 타인에 의해 재생산된 글은 어떻게 삭제할 계획입니까?"


'잊혀질 권리'와 '지켜질 권리'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잊혀질 권리란 "개인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한다. 2012년 유럽연합이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확정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소식에 찬반논쟁이 뜨겁다.

의뢰자가 사망하면 과거에 작성한 악플(악성 댓글)과 망자의 컴퓨터 안에 있는 야동(야구동영상, 성인동영상)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례 대행 서비스도 생겼다. 웰 다잉 측면에서 보면 필요한 서비스 같아 보이지만 과연 계약이 이행되는 것은 누가 관리하고 감독할 것인가? 게다가 고객의 치부가 유출되는 문제를 방지할 법조항은 마련되어 있을까?


퍼거슨의 명언 'SNS는 인생의 낭비'


"SNS는 인생의 낭비다!" 

SNS는 뭐다?


2011년 축구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서 팔로워와 논쟁을 벌이자 감독 퍼거슨경이 한 말이다.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직접 트위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루니의 논쟁에 대해 시간낭비라고 일축했다. 퍼거슨의 말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번역돼 인터넷 세상의 명언이 됐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SNS로 곤경에 빠진 연예인의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퍼거슨경 1승 추가요!"라는 덧글이 올라온다.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 맞아 떨어졌다는 의미다.



오바마의 경고 '페이스북을 조심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에 올린 게시글이 인생을 가로막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생각없이 글을 올렸다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연예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입학/입사 지원자의 SNS 계정을 점검하는 대학과 기업에 이어 대출 신청 고객의 SNS를 뒤지는 금융회사도 나타났다고 한다.

인터넷 기록 삭제대행 서비스가 인터넷 과오를 완벽히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타인에 의해 재생산된 글은 원천적인 차단이 불가능하다. 온라인 세상에 글을 작성할 때 한번 더, 두번 더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라도 SNS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사진 Glovatsk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