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남자 5호의 초청으로 다녀온 강원도 여행

2013. 12. 16. 00:03라이프/소탈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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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장성에 살 당시만 하더라도 영광이나 함평으로 종종 바다를 보러 갔었는데 서울에 살면서부터는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인천에 바다가 있다고는 하지만 영 끌리지 않는다. "동해바다 정도는 되야 진짜 바다지!" 하는 속물근성도 한 몫 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동해바다를 구경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바다는 내 기억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어느날의 일이었다. 이사부크루즈라는 곳에서 1박 2일 팸투어를 제안했다. 이때다 싶었다. 주말에는 집안에 콕 박혀 일요일 저녁이 되면 후회하기 일수였다. 아까운 주말을 낮잠으로 허비하는 일도 많았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이참에 바다도 보고 맛있는 회도 먹자며 강원도 여행을 결심했다. 이번 여행은 이사부크루즈, 주문진횟집, 어울림펜션의 협찬을 받았다.


강릉역으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새벽같이 일어나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강원도 강릉까지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기차여행의 로망이 있지 않겠냐며, 화장실도 있고 얼마나 좋냐며 우리는 기차편을 택했다. 기차는 5시간 반이 걸린다.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이른 아침인데도 등산을 가는 여행객 무리들이 보였다. 역시 "뭐든, 부지런해야 누리고 산다"고 생각했다.



펜션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감성적인 글귀를 보니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으나 지역번호라서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아침만 해도 그저 그랬던 날씨는 어느새 좋아지고 있었다.



강릉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20분 지연됐으니 6시간만에 강릉 땅을 밟은 것이었다. 반나절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멀긴 정말 멀구나! 다음엔 꼭 버스를 타야지!" 라고 생각했다.



펜션에서 픽업까지 와주신다고 했다. 출출하기도 했고, 편의점이 보여 라면, 삼각김밥, 오뎅, 만두 같은 것들을 사 먹었다. 난 컵라면 중에서 김치왕뚜껑이 제일 맛있더라.



픽업 차량에 올라 어울림 펜션에 도착했다. 지은 지 얼마 안되는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어울림이라니.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누군가와 어울리며 산다. 불평을 하든, 감사를 하든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 인투더와일드가 떠올랐다. "어울리며 나눌 때 진정한 행복이 된다". 주옥같다, 정말.  



펜션에서 바라본 창밖은 쓸쓸하기도 했고, 고요했다. 난 바다가 참 좋다. 그 속을 알 수 없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곶감을 챙겨주셨다. 반건시? 정말 맛있었다. 아주머니 손맛일지도 모르겠다. 고맙게도, 아주머니는 우리를 이사부크루즈까지 데려다 주셨다. 교통편까지 해결해주시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짝 남자 5호의 부름으로 이사부크루즈에 올랐다


필자를 초대한 이사부크루즈의 실장님은 SBS 예능 프로그램 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짝 15기의 남자 5호가 바로 이사부크루즈의 노 실장님이다. 선창장에 도착해 2장의 승선권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노실장님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짝을 즐겨봤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튜브에서 그를 찾아봤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30초 부분부터 그의 모습이 나온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TV에 나오다니! 기분이 참 묘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반가운 웃음이 나왔다.




이사부크루즈 내부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새우가 곁들어진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아주 맛있었다. 여성들만 있는 자리에 우리가 앉았다. 아뿔싸! 혼자 왔으면 하마터면 아싸(아웃싸이더)될 뻔 했다. 남자 많은 무리에 여자가 오면 홍일점이 되지만 여자 많은 무리에 남자가 가면 호구가 된다.



중국 기예단의 공연이 시작됐다. 머리에 요강 비스무리한 항아리를 올리고 몸을 돌려가며 묘기를 부린다. 아래에 보이는 대형 항아리로도 놀라운 묘기를 보여줬다. 



러시아 무용수들의 춤도 볼만했다. 역시 서양인들의 기럭지는 우월하다.



곧이어 마술쇼가 이어졌는데 어린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무대 앞에 주저않아 공연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생일파티를 하러 이사부크루즈에 오른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남자 5호의 모습도 보인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하는 남자분도 있었다. 직접 노래도 불러줬는데 정말 낭만적이고 좋아보였다.



가면이 바뀌는 공연도 있었다. 흡사 패왕별희를 보는 듯했다.



공연이 끝나자 갑판위로 모여든 사람들, 배 바깥으로는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었으며 저 멀리 형형색색의 불빛들로 북적거리는 육로가 보였다.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나름의 소원을 빌었다. "새해에는 꼭, 반드시, 기필코! 로또 1등이 되게 해주세요~".



주문진횟집은 꼭 다시 가기로 했다


필자는 해산물 성애자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횟집이나 일식집에 간다. 점심시간에 혼자 일식집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이번 강원도 여행이 기대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바닷가 현지에서의 싱싱한 횟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주문진횟집에 도착하자 사장님께서 맛있는 횟감을 썰어주셨다. 아,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침이 고인다.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잔을 부딪혔다. 사장님이 살아온 이야기, 가게를 운영하며 있었던 일, 가족이야기.. 그날밤의 추억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머리속에 남아있다. 소박하고 따뜻했다. 마치 일본영화 안경의 한 장면 같았다. 싱싱한 회도 좋고 인심좋은 사장님도 좋아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뜬 회는 약간 누런빛을 띠고 씹을 때 쫄깃쫄깃하다. "한 점 베어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라는 식의 블로그 후기글을 종종 읽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활어회가 그렇게 쉽게 녹을 리 만무하다. "쫄깃쫄깃하니,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라는 표현이 더 솔직하다.



주문진 오징어회는 정말 입 안에서 스르륵 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니 기가 막혔다. 고소한 맛이 전복도 식감이 좋았다.



좋아하는 게도 한마리나 삶아주셨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어치웠다.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도 하나 얻어먹었다. 서울 대게집에서 먹는 게와는 차원이 달랐다. 꽉 찬 게살의 참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숙소로 돌아왔다. 술에 달달하게 취해서 그랬는지, 야경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피곤했는지 우리는 금새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시장으로 향했다. 가족들에게 선물할 오징어를 샀다.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20마리에 2만원 조금 넘게 주고 샀다. 나는 치과 진료를 받고 있어서 먹어보지 못했지만 정말 맛있다고 했다. 오징어를 사고 아침을 먹었다. 1박2일에 나왔던 집에 들러서 동태탕을 주문했다. 생태탕을 먹으러 갔건만 동태탕만 된다고 했다. 




비록 우리가 원했던 생태탕은 아니지만 동태탕도 맛이 개운하고 좋았다. 특히 저 김! 그냥 말리기만 하고 소금이나 기름을 바르지 않은 저 김이 정말 맛있었다.



동태탕에 배불리 아침을 해결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주문진의 푸른 바다 앞에 서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 얼마만의 바다란 말이냐! 릉에 올 때는 기차로 6시간이 걸렸는데 서울행 버스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정을 3일 이상으로 잡고 느긋하게 다녀오려거든 기차도 좋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버스를 더 추천하고 싶다. 추운 겨울이었으나 사람냄새 나는 이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따뜻한 강릉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