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6. 17:30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필자 제트는 태생이 서민이라 베스킨라빈스는 좀체로 가지 않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그냥 슈퍼마켓에 파는 쮸쮸바 탱크보이나 스크류바를 아주 가끔 사 먹는 편이다. 술을 마실때도 마찬가지. 주머니에 돈이 많이 있어도 호화로운 느낌의 주점 보다는 투다리를 주로 찾게 된다. 뭐랄까. 소박하고 서민의 냄새가 나는 분위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거기다 금상첨화로 가격도 저렴하고 말이지. :-)
어제 광주 전남대 후문 민토에서 광주전남 블로거모임이 있었는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피시방에 들러서 블로그 포스트 소스도 찾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서 모임에 갔다가 블로거들을 만나고 즐겁게 집에 돌아가서는 문을 열려고 보니 열쇠 꾸러미가 없는게 아닌가. 아뿔싸! USB 메모리 쓴다고 피시방 컴퓨터에다 열쇠꾸러미를 통째로 꽂아두고 왔네, 이걸 어떡하지. ㅠ_ㅠ
다행히 부모님과 함께 집에 도착해서 열쇠가 없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노심초사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걸 내일 아침까지 잠자코 기다리자니 USB가 두개나 걸려있는 열쇠고리를 누군가가 가져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피시방에 전화를 할까 생각했는데 피시방 이름도 모르는 나로서는 연락을 취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피시방 근처의 큰 건물을 생각해 내는데 성공 베스킨라빈스를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베스킨라빈스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제트曰 "여보세요. 거기 베스킨라빈스죠? 바쁘시겠지만 부탁좀 들어주시겠어요? 제가 베스킨 라빈스 안쪽 골목에 있는 피시방에 지갑을 두고 왔는데요. 혹시 피시방 간판에 전화번호가 있으면 알려주시겠어요?"
점원曰 "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아니다. 지금 손님이 있으니 이따가 제가 가서 보고 알려드릴테니 전화번호 하나만 남겨주세요."
제트曰 "오. 감사합니다. 제 번호는 010-000-0000번 이에요. 꼭 좀 전화해 주세요."
점원曰 "네, 그럴게요."
이렇게 전화를 하고나니 마치 열쇠를 찾은것 처럼 기분이 편해졌다. 목소리도 참 예쁜데 마음씨도 착한 아가씨라는 생각도 들었구. 그리고 한 오분 정도 흘렀을까. 다시 전화가 왔다.
점원曰 "제가 지금 말씀하신 피시방 앞에 온것 같은데 전화번호가 없네요. 어떡하죠? 제가 내려가서 물어볼게요. 잠시만요."
전화를 끊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베스킨라빈스 점원과 피시방 점원이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점원曰 "여기 지갑 보관하고 있는건 없다는데요. 직원분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게요."
제트曰 "아, 정말 고맙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점원曰 "훗훗, 이주O 이에요."
제트曰 "고마워요. 찾으면 전화드릴게요."
점원曰 "네."
전화를 끊고 바로 피시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베스킨라빈스의 점원이 피시방의 이름도 알려줬다. 피시방 점원은 전화를 받았고 나는 USB가 꼽힌 열쇠를 카운터 가까운 자리에서 찾아봐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피시방 점원도 무척 친절했다.
피시방 점원曰 "그러면 제가 찾아보고 전화드릴테니 전화번호를 남겨주세요."
제트曰 "네. 제 번호는 010-000-0000번 입니다. 전화해 주세요."
그렇게 오분 정도 흘렀을까. 피시방 점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피시방 점원曰 "열쇠 찾았어요. 흰색 1기가 USB 달린거 맞죠? 하나는 아무것도 안적혀 있구요."
제트曰 "맞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피시방 점원과 내일 몇시에 찾아갈지 약속을 하고 내 이름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피시방에 가서 무사히(?) 열쇠꾸러미를 받았다. 열쇠꾸러미에 달린 USB 메모리에는 블로그 교육 자료와 필수 이동식 소프트웨어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지갑을 잃은것 만큼 충격이 컸다. 그래서인지 열쇠꾸러미를 되돌려 받았을때는 그 만큼 기쁨도 두배로 컸다. 너무나 고마워서 베스킨라빈스 31에 들려서 음료수랑 명함을 전해주고 왔다.
그때 다시한번 나를 놀라게 한것은 내가 알고 있던 피시방 앞에 있던 상점은 베스킨라빈스 31이 아니라 던킨도너츠였던 것이다. 던킨도너츠에서는 가게 내에서도 피시방이 보였지만 실제로 베스킨라빈스 31과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다. 나라는 인간이었으면 도무지 이렇게는 못했을텐데 말이지. 또 한번 감동 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오른쪽 네모에 있는 던킨도너츠를 베스킨라빈스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베스킨라빈스 31 점원의 서비스 정신에 나는 반했다. 고객감동 서비스라는게 딱히 특별한건가? 이렇게 삭막한 세상에 이런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는게 진정한 고객감동 서비스지. 필자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젠 전대후문에 가는 일이 있을때마다 베스킨라빈스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젠 술자리에서 게임을 할때도 베스킨라빈스만 해야겠다. 끝으로 베스킨라빈스 31 광주 전남대점의 이주O씨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베스킨라빈스 31 전남대점의 이주O씨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이 글보면 연락 주세요. 맛있는 밥 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