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2. 07:05ㆍ라이프/책&작가 평론
요시모토 바나나 최고의 수작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중에 단연 최고라고 생각되는 키친. 참고로 본인은 하치의 마지막 연인과 함께 두권 밖에 읽지 않았다. 이웃 블로거분의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달빛 그림자님의 닉네임이 소설 키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접하고 바로 (빌려) 보았다. 시립 도서관에 들러 키친을 손에쥔 소감은? 완전 허름해진 책표지, 너덜너덜해서 곧 떨어질듯한 커버는 이 소설이 얼마나 많은 이의 손을 거쳐 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묻어있는 코딱지를 보아하니 청결상태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포하하. 키친은 키친, 만월, 그리고 달빛 그림자 세편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단편소설이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느낌이 참 좋다. 촉촉하고 여성적이고 느낌좋은 소설. 슬픈이야기 이지만 눈물나지 않고 잔잔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월이라는 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표지도 참 이쁘고 여자친구한테 선물하거나 남자친구한테 선물하면 참 좋은 책이다. 달빛 그림자님 덕분에 좋은 책 보고 마음속이 정화된 기분이다. 감사합니다, 달빛 그림자님.
옮긴이의 말 中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셀 수 있거나 혹은 셀 수 없는 여러 가지 상처를 안게 된다. 셀 수 있는 경우는 자기 안에서 인식되어 새 살이 동을 수도 있겠지만 셀 수 없는 경우는 마치 카오스 덩어리처럼 내면에 자리하고 앉아 자신과 주변을 괴롭힌다. 새 살이 돋는 경우, 그 과정은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표면화된다. 폭력 같은 반사회적인 과정도 있을 수 있고 언어나 음악, 미술 같은 예술 행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요시모토 바나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초기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상처 깁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첫 작품집인 <키친>은 행복한 `상처 깁기`의 원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