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승호(31)씨는 최근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이 늘어나 컴퓨터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불편을 겪었다. 이씨는 불법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지도 않았고, 수시로 ‘임시 인터넷파일’이나 ‘임시 저장 파일(Temporary File)’을 지우는 등 꼼꼼하게 컴퓨터 관리를 했지만 속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원인은 이씨의 인터넷 ‘판도라TV’ 시청 때문이었다. 이씨는 UCC동영상을 제공하는 판도라TV를 즐겨 봤고, 그때마다 이씨가 모르게 동영상
데이터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고스란히 저장됐다. 이들 파일은 임시 인터넷 파일이나 임시 저장 파일에 저장되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함부로 지울 수
없는 시스템 파일이 몰려있는 ‘윈도우즈(Windows) 파일’에 ‘숨어 있었다’.
판도라TV가 충분한 공지 없이 사용자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시키고 이를 동영상 서비스에 이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판도라TV는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 방식으로 UCC동영상을 제공한다. 이는 동영상을 본 사용자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동영상을 볼 때 그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회사 서버(server)뿐만 아니라 이용자 컴퓨터에도 동영상을 분산 저장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이용자는 컴퓨터 용량을 잃게 돼 손해를 입는다.
판도라TV는 이에 대해 한 번도 이용자에게 명확한 설명을 공지하지 않았다.
판도라TV 노양래 서비스 기획본부장은 “그리드 딜리버리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이용약관에 나와 있다”고 해명했다.
판도라TV의 이용약관(5조)에는 “프로그램 이용자 단말기의 저장공간이나 리소스를 활용해 다른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판도라TV가 이용자 컴퓨터를 얼마만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판도라TV 측은 “내부적으로 800메가(mega)에서 1기가(giga)까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용자는 실제로 얼마만큼
자신의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특히 판도라TV는 최근까지 판도라TV 동영상 데이터만 별도로 보관하는 폴더를 자동 생성시킨 뒤 윈도우 검색기로 찾지 못하도록 숨겨왔다.
사용자가 해당 동영상 파일을 지우지 못하게 해 '그리드 딜리버리' 방식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판도라TV측은 “최근 외주 프로그램 개발 회사가 이렇게 동영상 폴더가 생기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동영상이
'윈도우즈(Windows)파일'에 저장되고 파일도 검색할 수 있도록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통 파일이 저장되는 임시 인터넷 파일이나 임시 저장 파일이 아니라 민감한 파일이 몰려 있는 윈도우즈 파일에 저장되도록
했다. 이용자가 파일을 지우지 못하게 하려는 또 다른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판도라 TV측은 “7월 말까지 현재 동영상 방식을 버리고, 이용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동영상 서비스인 ‘플래시 비디오’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TV는 또 “서비스가 전환되는 동시에 공식적인 사과 표명과 몇 가지 오해에 대한 해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도라TV 파일 지우는 법
윈도우 검색을 이용해 ‘모든 파일 또는 폴더’ 항목에 ‘pdrtv’ 입력하고, 검색된 파일을 삭제하면 된다.
예) 모니터 화면 왼쪽 아래 '시작' > '검색' 선택 > '파일 또는 폴더' 선택 > '모든 파일 및 폴더' 선택 후
'pdrtv' 입력 > 검색 파일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