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지, 파워브로커, 파워블로공주

2014. 7. 26. 10:55블로그/블로그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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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제품/브랜드 홍보를 위해 파워블로거가 가진 영향력을 이용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직접 블로거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홍보대행사를 거친다. 기업의 일을 맡은 홍보대행사 직원이 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검색을 통해 파워블로거를 찾아내고 블로그에 나온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을 취한다. 포스팅 일정, 비용, 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메일로 보내주고 블로거의 허락을 받아 일을 진행한다.


파워블로거지 논란의 시작 ‘공정위 주부블로거 과태료 부과’


동아일보 '사이비 언론을 닮아가는 블랙블로거'

2011년 말 어느 주부 파워블로거가 8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주요 언론에 의해 천하에 공개되자 배신감과 질투심을 느낀 블로거들의 항변이 블로그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요리법(레시피)을 올리던 어느 성실한 주부블로거는 기업과의 제휴로 블로그 내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했는데 이 때 여러 기업으로부터 8억 원이 넘는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 및 TV 뉴스에서도 소개되며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파워블로거라는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짓을 일삼아 온 이들의 행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인 ‘파워블로거지’라는 말이 등장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파워블로거’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파워블로거지’가 최상단에 보여지고 있다.


사례 1)

식당에서 온갖 음식을 주문하고 사진을 촬영한 후(물론 음식도 먹고) 파워블로거 명함을 내밀며 무전취식을 시도한 파워블로거지 일당의 일화가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에 올라왔다. ‘파워블로거지.jpg’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및 카페, SNS에 퍼졌다.


*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포털은 매년 파워블로그를 선정해 기념품으로 명함을 증정한다. 네이버 파워블로그, 티스토리 우수블로그가 대표적이다.


사례 2)

무한리필 고기집에 들른 맛집블로거가 배가 불러 고기를 다섯 점만 먹었는데 식당에서 돈을 받았다며 도리어 식당측의 인심이 야박하다고 블로그에 글을 올려 비난을 받은 사례도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사이비 언론을 닮아가는 블랙블로거' http://is.gd/5oeplv


윤리 상실한 파워브로커, 일부 기업과 홍보대행사


기업과 블로그 방문자의 중간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수수료를 챙긴 블로거들을 ‘파워브로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도 종종 홍보대행사로부터 제안 메일을 받곤 하는데 황당한 요청을 해오는 이들이 있다. 


가보지도 않은 곳의 사진을 보내줄테니 마치 다녀온 것처럼 글을 써달라고 하는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고 솔직한 소감을 바탕으로 후기를 써내려가는 게 당연한데 뭔가 잘못됐다.


필자처럼 주수입원(특정 직업)을 가진 블로거라면 이런 부정한 유혹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주수입원이 없는 블로거들은 이같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홍보대행사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비록 홍보대행사 직원의 머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일을 맡긴 기업의 승인을 받아야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 역시도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파워블로거지 비켜라, 파워블로왕자(공주) 나가신다


한 번은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블로거 팸투어 행사에 참석했다. 포털 블로거 약 10여 명이 공장 견학을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는 행사였다. 여기서 만난 어느 티스토리 블로거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필자도 “안녕하세요”라며 명함을 건냈는데 불쑥 “혹시 제 블로그 모르세요?”, “저 티스토리 우수블로그로 선정됐는데”라고 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자신의 블로그를 알아봐주지 못하는 필자를 못마땅해하는 표정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이분을 파워블로왕자로 임명하고 싶다.


“아줌마 블로거들이랑 일 못하겠어요!”. 홍보대행사나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기업의 직원을 사석에서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기업에서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주부 블로거들이 많다고 했다. 이들의 특징은 고자세로 다짜고짜 돈부터 요구하거나 제품을 무료로 제공해달라는 데 있다고 했다. 자신의 주제파악이 절실한 일부 주부 블로거들에게는 '파워블로공주 엠블럼'을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