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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뉴욕타임즈 칼럼 플레이스테이션 속의 인생

소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널리 알려진 김영하(http://kimyoungha.com/tc/)의 칼럼이 뉴욕타임즈 Opinion 메인을 장식했다. 지난달부터 뉴욕타임즈의 고정 칼럼니스트가 된 김영하는 매달 한개의 칼럼을 기고하기로 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써 대단히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TV, 스마트폰, 선박,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산업 강국이지만 문학쪽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영문판으로 번역되어 해외에서 선전했으나 그 외에 이렇다할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의 뉴욕타임즈 칼럼
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뉴욕타임즈는 조중동과 달리 영어를 사용하는 전세계인들이 보는 글로벌 매체다. 김영하의 컬럼을 읽고 흥미를 느낀 외국인들은 그의 소설까지 찾아 읽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문학에 흥미를 느낀 외국인들은 다른 우리 작가의 소설까지 들춰볼 게 분명하다.


칼럼 Life Inside a Playstation에 대해


소설 검은 꽃의 영문판 홍보차 미국에 머물 당시 폭풍 샌디가 지나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아파트 안에 머물러야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킬존이라는 게임을 하며 느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게임중독법과 연관지어 풀어낸 칼럼이다. 부족한 솜씨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로 번역했다. 의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역이 있을 수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한다.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화면, 클릭!

2012년 10월 아내와 나는 부시윅의 브룩클린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우리는 2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6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신간 소설 '검은 꽃'의 영문판 출간 프로모션차 다시 5주간 미국에 머물 예정이었다.


침대 하나가 딸린 아파트를 구했다. 4층으로 걸어올라가야 하고 중간이 푹 꺼져서 한명만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있었다. 아파트 오너가 와서 리모콘을 누를 때 나는 실망한 채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프로젝션 스크린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와 모션센서 카메라, 서라운드 스피커가 작동됐다. 그가 게임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할 때 나는 대충 흘겨들었다. 콘솔게임이나 하려고 14시간동안 비행기를 탔던 게 아니었다. “이 놈의 힙스터(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취미를 좇는 부류)가 그만 성가시게 하고 떠났으면”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몇일 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과 뉴저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시민들은 물, 파스타, 빵, 바나나를 사재기하려고 떼지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이웃집들이 여럿 정전됐다. 내 소설 출간 이벤트도 물론 취소됐다. 폭풍 샌디가 휩쓸고 지나간 바로 그날 일정이 잡혀있었다. 밤이 찾아왔을 때 맨하탄과 브룩클린을 잇는 지하철이 운행을 멈췄다. 우리는 갈 곳이 없었다. 그때가 되서야 플레이스테이션이 끌리기 시작했다.

내 책의 홍보담당자에서 새로운 행사에 대해 연락이 왔지만 짤막한 이메일로 관심이 없다고 답하고는 계속 게임에 몰두했다. 그 후로 몇 주간 ‘킬존’이라는 비디오 게임 속에서 살았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총처럼 생긴 게임 콘트롤러를 집어들고 팔이 아파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때까지 화면에 등장하는 수천명의 악당들을 살해했다. 게임 속에서 악당들을 살해하는 동안 타코를 먹고 코로나맥주를 마셨다. 그 때문인지 체중이 줄었으며 두 눈은 움푹 들어가버렸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중독의 연속이었다. 어린 아이였을 때는 만화책과 격투기책에 빠져살았다. 아주 잠깐씩은(고맙게도) 카드 게임에 심취했다.

20대에는 중국 고전 소설의 이름을 딴 ‘Romance of Three Kingdoms’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빠졌다. 그 다음에는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에 빠졌고 SF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연이어 중독됐다.

흡연을 한 지 15년이 지나 33세의 나이에 가까스로 금연에 성공했다. 그때까지 난 침대에 들 때도 담배를 태울 정도로 꼴초였다.

담배 태우는 것을 그만둔 후에는 술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위스키와 맥주를 술잔에 섞어 매일 밤마다 마셨다. 잠에 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습관을 극복하는 데에도 몇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비록 나의 이런 중독성 있는 성격이 작가로서의 내 생산성을 극적으로 감소시키지는 않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건 사실이며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은 중독에 대한 태도에 있어 조금 복잡한 편이다. 마약을 관리하는 법은 매우 엄격하나 술과 담배에 있어서는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년 내내, 하루 24시간, 알콜 도수와 관계없이 주류를 거의 모든 음식점과 술집에서 구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한국인 남성의 알콜 사용 장애가 13.1 퍼센트에 달한다. 이는 5.5퍼센트인 미국의 두 배를 넘는 숫자다.

흡연율 역시 높다.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담배값은 한갑에 2,500원(2.35$)이었다. 이는 OECD 국가 22개국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44.7퍼센트의 한국 남성이 매일 흡연한다. 미국 남성은 16.4퍼센트에 그쳤다. 작년 대형 음식점과 술집에서의 흡연금지 법안이 시행되자 흡연자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부분의 술집들이 손님들의 흡연을 모르는 척 눈감아줬다. 술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음주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십대 사이에서는 인터넷게임이 심각한 중독으로 인식된다. 대학입학을 둘러싼 극도의 경쟁 속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부모들과 ‘게임을 일종의 탈출구의 형태로 생각하는 그들 자식들’ 간의 투쟁은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새누리당이 온라인 비디오게임을 마치 마약, 술, 도박과 같이 여기는 중독법안을 도입했다. 이 법안 때문에 ‘부모들, 보수적인 종교지도자들, 의학계’와 ‘게임 개발자들, 진보성향의 지성인들, 게이머들’이 대립하고 있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의학박사 신의진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다른 지지자들은 게임을 사악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게임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투쟁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회사에 투자하는 벤쳐캐피털회사 ‘소프트뱅크밴쳐코리아 CEO 문규학’은 트위터에 “마약 딜러 같은 취급을 받느니 이참에 회사를 외국으로 옮기고 주요 임원은 싱가포르 같은 곳으로 다 이민 가라”고 트윗을 남기며 법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법안 반대자들은 미국정신의학의 바이블격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배후의 전문가들이 ‘인터넷 게임 장애’를 ‘공식적인 장애’로 분류하는 것을 보류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인터넷 게임중독에 대비하는 법안이 실제로 게임중독자들을 중독으로부터 회복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 법안을 이유로 브룩클린의 아파트에서 게임 컨트롤러를 내려놓지 않았다. 하루는 장난감총질에 지쳐 뒤로 기대앉자 아내가 다가왔다. “여전히 재밌어?”라고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 외출하자!”.

허리케인은 지나갔으며 지하철 L라인은 재가동됐다. 우리는 센트럴파크로 가서 낙엽 위를 걸었다. 화창한 가을하늘이 우리들 머리 위로 지나갔다. 토르소(상반신 조각상)만큼 굵은 나뭇가지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갑자기 게임을 하는 동안에 내가 우울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내에게 우울한 지옥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베트남음식을 먹고 브룩클린으로 돌아왔다. 잠시 눈을 감을 때면 여전히 게임 킬존 속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려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 우리는 정확히 일년 전에 뉴욕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나는 브룩클린에서의 시간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당시 나는 게임에 중독된 채로 세상과는 고립됐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몸에 남는 상처와 같이 그 시간들 역시 내 과거의 한 부분이다.

만일 아내가 날 치료 센터로 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해 게임중독으로부터는 회복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스스로 중독을 극복하는 내 능력에 관한 자신감은 잃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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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열매맺는나무

    가끔 팟캐스트 듣곤 했었는데 목소리와 글의 분위기는 좀 다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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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블로그의 신 Zet

    이건 칼럼이라서..
    책으로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이 들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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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필부

    김영하 씨처럼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과 우리 많은 청소년들처럼 든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의 중독 정도는 비교를 할 수 없지요. 너무 "뉴욕타임즈"라는 지면을 의식하고 쓴, 폼은 잡았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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