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7. 09:11ㆍ블로그/블로그 운영법
2011년의 일이었다. SLR클럽에 어느 음식점 대표의 하소연 글이 올라왔다. 음식점을 경영 중인데 남녀 커플이 들어오더니 온갖 음식을 시켜놓고 사진을 찍어댔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음식을 다 먹을 때가 되자 블로그에 올려줄 테니 음식값을 공짜로 해달라고 했단다. 이들은 파워블로거인가, 아니면 파워블로거지인가? 파워블로거라는 명패를 이용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리를 가르켜 우리는 흔히 파워블로'거지'라고 한다. 파워블로거지의 유형을 살펴보고 파워블로거지 퇴치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한다.
인체에 해로운 제품을 공동구매하여 한방에 훅 간(갔다가 다시 살아난) 주부 블로거의 일화는 유명하다. 기업으로부터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억대의 수수료를 챙기고 유해한 제품을 추천하는 글을 올리는 블로거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적발되지 않은 블로거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게 문제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이기에 제품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제품 홍보글을 읽고 제품을 구입해서 피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그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블로그 방문자와 독자의 몫이 된다. 파워블러퍼(Bluffer)다.
업체(기업)가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제품 홍보를 진행할 때에는 홍보대행사와 함께 일을 하는 게 보통이다. 홍보대행사는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풀(파워블로거 그룹)을 활용, 파워블로거들에게 제품 홍보(식당 홍보, 초청행사 등)를 요청한다. 홍보대행사의 AE(말단 직원들)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파워블로거들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AE들은 파워블로거들의 횡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병원으로 치면 홍보 실장, 메니져 등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이에 속한다.
필자는 현재 기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홍보 일을 하고 있고, 블로그는 횟수로 7년째 운영중이며, 블로그 이전에 대형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쪽 업계에 대해 조금은 안다. 홍보대행사 직원들과 기자들로부터 숱한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홍보대행사 직원들의 이야기는 가관이었다. 기업이 주관하는 신제품 런칭 행사에 초청을 하기 위해 블로거 A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A는 다짜고짜 "참석비는 따로 챙겨주시나요? 돈 없으면 안가요" 라고 하더란다. 이런 부류는 주로 아줌마란다. 블로그 세상에서도 아줌마들은 무서울 게 없다. 블로거 A는 그래도 양반이다. 파워블로거지들의 속으로 좀더 가까이 들어가보자.
SLR클럽에 올라온 문제의 글
SLR클럽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음식점에 온 커플이 둘이서 먹기 힘들 만큼의 음식을 주문하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더니 다 먹어갈 때 즈음, "제가 파워블로그를 운영중인데 음식값 공짜로 해주시면 안되요?" 라고 했다. 음식점 주인은 황당한 사연을 카메라 커뮤니티 SLR 클럽에 올렸고 이 글은 캡쳐된 채로 인터넷 세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조폭이 힘없는 자들로부터 상납금을 뜯어가듯 파워블로거의 지위를 악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류들이 있다. 바로 파워블로거지들이다. 조폭과 파워블로거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외적인 폭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뿐이다. 집단을 이루고 보복을 무기로 악행을 저지르는 조폭과 마찬가지로 파워블로거지들은 구독자라는 집단을 무기로 갖은 횡포를 부리고 있다.
블로그 팸투어가 있는데 같이 가자는 말에 모 기자는 "요즘은 블로거들도 팸투어를 해? 격세지감이네"라고 했다. 팸투어는 기업이나 기관이 기업 홍보, 지자체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초청하는 사전답사여행이다. 보통 무료로 진행되며 소액의 참가비를 내고 대열에 합류한다. 팸투어 초청을 받은 것도 감지덕지 할 일인데 일부 파워블로공주들은 금전을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깡패가 따로 없다.
모기업의 팸투어 행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 자리에서 남성블로거 P를 만났다. P는 필자와 명함을 나누는 과정에서 필자를 적잖이 당황케 했다. 명함을 받고나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고 하면 99%의 사람들은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고 하거나 "반가워요" 라는 식으로 답례를 한다. 그런데 P는 "혹시 내 블로그 모르세요? 저 2년 전부터 티스토리에서 파워블로거였는데" 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몰라봐주는 나를 원망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자신이 파워블로거인걸 몰라줘서 기분이 나쁘다는건가? 내가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건지 반문하고 싶었다. "블로거P, 당신을 파워블로왕자로 임명합니다!"
2012년 한해에만 네이버와 다음은 1,400명, 티스토리는 200명의 파워블로거를 선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많다. 선정기준이 어떻게 되는걸까? 네이버와 티스토리 모두 파워블로그 선정기준을 공개하고 있지만 모호하다. 파워블로거 선정에 활용된 데이터를 도식화하여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소통을 얼마나 하였는가 봅니다' 보다는 다른 블로그에 방문하여 작성한 댓글의 수,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작성한 답글의 수, 다른 블로그 방문 횟수 등의 통계를 공개한다면 '자질이 의심스럽거나, 자사에 근무하여 매년 어워드를 받고 있다'는 의혹으로부터 포털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자타가 인정한다는 파워블로거로써의 자부심은 곧 그들의 자존감으로 연결돼 블로그 안과 밖에서 못된 짓을 덜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필자가 추천한 방식으로 통계를 수치화했을 때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2012년에 선정됐던 블로거가 2013년에도 선정되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블로거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며 소통력도 뛰어난 블로거들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도메인의 영속성 또한 블로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구글 페이지랭크)이 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쩔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편, 시기심에 대한 전 인류적 저항은 섹슈얼리티보다 훨씬 더 집요하다. 어떤 문화권이든 빠지지 않는 공통 잠언이 있다. 바로 '겸손하라!'다. 폼 잡고 싶어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젠 또 겸손하라고 한다. 환장한다. 도대체 왜 인간은 꼭 겸손해야만 하는 걸까?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순간 바로 '아웃'이다. 헤겔의 '인정투쟁(Kampf um Anerkennung)'이 바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요즘 '한 방에 훅 가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거다. 연예인들이 요즘 부쩍 토크쇼에 나와 눈물 흘리며 "나도 힘들고, 괴롭고,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집단적 시기심의 표적이 되는 것이 두려운 까닭이다."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정운 소장의 칼럼 '대한민국은 시기사회다'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파워블로거 역시 누군가에게는 시기의 대상이다. 그러니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블로그 세상에서, 대한민국에서 아웃당하고 싶지 않다면 겸손하라!
조선일보 '제품평 한 개당 10만원도… 돈맛 본 블로거, 브로커 전락'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15/2011111500229.html
서울신문 '어느 30대 주부 파워블로거의 양심 고백'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705002004
한국일보 '입소문 마케팅 업체와 기업·포털 검은 결탁이 돈장사 하는 파워블로거 뒤에 있다'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107/h2011072910043621500.htm
Inuit Blogged '블로그 어워드에 부쳐: 랭킹의 의미'
http://inuit.co.kr/1839
현실창조공간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유감'
http://www.realfactory.net/1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