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말 삼호미디어
유튜브에는 책을 추천하는 동영상이 종종 추천 동영상으로 나온다. 노자의 물처럼 살아라는 쇼츠 영상을 보고 노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 4WD라는 힙합 가수의 노자라는 노래는 조피디를 까는, 일종의 디스곡이었고 노자라는 이름은 내 뇌 어딘가에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노자의 말이 좋지 그의 생애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삼호미디어에서 나온 노자의 말이라는 책을 골랐다. 예상했던대로 서문에 노자가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설은 학자마다 다르며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가의 문제조차 확실하게 고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자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에 하나라고 한다. 논어보다 훨씬 더 널리 읽혔다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고전 오브 더 고전이라고 하면 되겠다.
노자를 좋아하게 된 이유
한국처럼 '정형화된' 수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매번 100m 전력질주를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초중고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학교에서 두들겨 맞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이 또한 부모의 생각) 태권도, 유도 등 체육관에 나간다. 한마디로 겁나 빡세게 산다. 고등학교 때는 저녁 10시 심하면 새벽까지 좋은 학교 가려고 미친듯이 공부하고 경쟁한다. 대학에 막상 입학하면 대학가의 낭만을 느낄 여유도 없이 바로 취업 준비에 들어간다. 재벌가의 A급 노예가 되기 위해 억지로 지식을 꽉꽉 채운다. 컴활, 한국어능력, 한능검, 토익 등등... 실무에서는 크게 쓰이지 않는 자격증까지 모두 취득해야 그나마 서류전형에서 통과할 확률이 높아진다.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자기개발에 열을 올리고 사바사바 기술까지 장착해 하루 하루 피곤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중년이 되어 잘리면 치킨집,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을 하고 그렇게 늙어 죽을 때까지 치열하게 산다.
보통의 한국인의 인생이 이토록 치열하고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빡빡하다 보니 모두가 불행해졌다. 행복은 여유에서 온다고 하는데 그 여유가 없으니 자주 신경질적이며 자주 화를 낸다. 밖으로 화를 내지 않고 참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려 자신을 죽이거나 겉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남을 심하게 해친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한국인의 평균적인 인생유형이 이렇다보니 자연히 노자를 찾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과거에 어느 부자 사장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은 왜 이렇게 살기 힘든 나라가 된 걸까요?"라고 했다. 그는 미국, 싱가폴, 베트남 등지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거물 자산가였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장 과장,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야"...
노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루지 않는다는 것. 앗! 갑자기 일본의 사토리세대가 생각난다. 한국사회는 일본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들어 더욱 그렇다고 느낀다. 사토리세대는 '마치 득도한 것처럼 물질적 풍요보다는 낭비하지 않고 개인의 만족에 치중하며 취업하지 않고 자기 인생에 만족하며 사는 세대'이다. 사회 기득권이 대부분의 부와 기회를 쥐고 있으니 MZ라 일컫는 세대는 먹을 게 없다. MZ도 그렇고 그 뒤의 세대도 자연스레 사토리세대를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내게는 노자의 말이 무위보다 힘을 빼고 무리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최고의 선은 물을 닮아 있다'
'그저 살면 된다'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르라'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잘 살고 싶다면 감성을 풍요롭게 하라'
'몸과 정신을 조화롭게 하라'
'티를 내지 마라'
'나를 버리고 남을 의식하지 마라'
'지나친 자극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굽은 것이야말로 완전해진다'
'세상은 들리지 않는 언어로 말을 건다'
'무리해봐야 잘되지 않는다'
'함부로 힘을 과시하지 마라'
'자신을 이기는 자는 남을 이기는 자보다 강하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굳세고 강인하면 제 명대로 살지 못한다'
'정말로 완전한 것은 오히려 모자란 듯 보인다'
'너무 애지중지하면 호되게 잃는다'
'꾸미지 않으면 사람이 따른다'
'곧은 말은 비꼰 말처럼 들린다'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훌륭하다'
나름 울림이 있는 목차를 골라봤다. 무리(오버)하지 말고 물처럼 유연하게 살면 모든 일일 술술 풀린다는 말로 들린다. 열심히 해도 인생이 풀리지 않는 시기에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