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소탈한 여행기

방콕이 사라졌다

Zet 2022. 10.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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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건 없었다.

 

우기였고 갑작스런 폭우에 온몸이 젖은 적도 있었고 생전 처음으로 무릎까지 차는 도로 위를 걸어보기도 했는데 비 때문은 아니었다. 추억 속의 방콕이 사라졌다.

 

택시 기사들의 한결같은 바가지 수법

네이버 태국여행 커뮤니티 태사랑 카페에 요즘 택시 바가지 글이 자주 올라온다. 택시에 처음 탈 때와 요금 계산할 때 요금이 다르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나 역시 겪은 일이라 남일 같지 않았다. 나는 출장으로 방콕에 몇달 간 머무른 적도 있었고 그 뒤로도 방콕을 수차례 찾을 정도로 방콕을 좋아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의 횡포 아닌 횡포를 겪고 난 후로 방콕이 싫어졌다.

 

짜뚜짝 주말시장에 갔다가 통로에 있는 마사지숍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랩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큰 길가로 가서 택시를 잡았다. 미터기를 켜고 가는지 묻고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구글 번역기에 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지는 "8년째 택시 미터기 요금이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방콕에서 택시 기사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택시에 내릴 때 잔돈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이번 방콕 여행에서 여러 차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들이 하나같이 잔돈을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한번이면 모르겠지만 두번, 세번 반복ㄹ되니 택시기사들이 아예 마음먹고 거스름돈을 꿀꺽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 시대에 힘들었다는 건 알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이런 사기를 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친절한 방콕이 좋아 방콕에 방문하는 사람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소가 사라진 천사의 도시

방콕의 원래 이름은 크룽텝 마하나컨이다.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국인들의 환한 미소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방콕에는 미소보다는 일상에 찌들거나 자본주의에 물든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궂은 날씨도 부정할 수 없지만 여러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보니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코로나와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 보다는 짜증과 조급함이 뭍어났다. 태사랑 카페에도 나와 비슷한 인상을 받은 사람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울적하다. 예전의 환한 미소가 몹시 그립다.

 

서울 수준으로 오른 방콕 물가

냄새나고 더러운 재래시장에서 매번 과일을 사먹고 흙탕물에 설겆이하는 현지 길거리 식당에서만 밥을 먹는다면 여전히 방콕의 물가는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에어컨이 나오고 시설이 깨끗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면 서울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유명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면 서울 카페보다 더 많은 돈이 적힌 계산서를 보고 놀라게 된다. 5시간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 가서 현지인처럼 지내다 오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호텔 가격은 저렴하지만 마사지 비용을 필요한 방콕의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변해버린 방콕을 보며 다짐했다.

 

이제는 다시 찾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