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책&작가 평론

문장수집 5 백은선 에세이 <연재를 시작하며>

Zet 2020. 9. 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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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지난밤까지 만해도 몰랐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웹진을 발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이트에 접속해 이것저것 둘러봤다. 유명 작가들이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었다.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자신의 소회를 담은 <연재를 시작하며>가 좋았다. 시작글을 쓸 적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기대됐고 작가의 마음상태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백은선의 에세이글 제목 <우울한 나는 사람이에요>는 자아 깊숙한 무의식의 영역을 건드렸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백은선 에세이 시작글 <연재를 시작하며>를 읽고 파르르 떨었다. 나랑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시작글에 뺄 글이 없으므로 통째로 옮겨본다.

 

<연재를 시작하며>

선한 것을 믿고 싶지만 대체로 불신하기를 좋아하며
아름다움보다 추함에 끌리곤 한다.
가능태를 따져보는 것을 습관처럼 내재하고 있지만
쉽게 감동하기도 쉽게 차가워지기도 한다.
불안 때문에 수다스러워지고 수치심에 입을 다물곤 한다.
산문을 쓰기로 한 것이 큰 실수라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과거를 곱씹지만 현재만 알고 싶다.
엉망진창이지만 꽤나 성실한 사람의 성실하고 엉망인 삶에 관한
글. 읽으면 좋고 안 읽으면 더 좋다.
보세요. 나의 우울을.

2020년 4월
백은선

 

weeklymunhak.com/14/

 

주간 문학동네

시인. 시집 『가능세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이 있다. 2017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일상을 쓰지만 시론이 되는 경이. 용감하기에 아름다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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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