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서평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시집을 읽었다. 시집을 읽다 보면 독자는 전혀 생각을 안 하는 자아도취적인 작가의 글을 보게 된다.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서 쓰는 글은 배설물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강 작가의 시는 나쁘지 않다. 시선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대체로 차분하다. 가끔 한자가 들어가 있는 시가 있는데 나처럼 한자를 잘 모르는 무식자들은 어떻게 보라는 건지 원. 한자 옆에 괄호 열고 한글로 쓰고 괄호 닫는 성의를 좀 보여주면 어디 덧나는가. (이건 편집자가 할 일인가?)
한번은 한강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동굴 속에서 살다가 나온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어둡고 차분한 느낌. 색으로 치자면 검정색 그 자체였다. 결국 그 분위기에 이끌려 보게 된 책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전체적으로 읽기 편했다. 그 중에서도 두 편의 시가 가슴에 들어왔다.
<괜찮아>라는 시와 <거울 저편의 겨울 3>이 제일 좋았다.
내 가슴에 와락 안겼던 문장들을 남긴다.
<괜찮아> 발췌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울 저편의 겨울 3> 발췌
단지 너는 아주 빠르게 걷는 사람의 팔로 나를 안아주었는데 나는 그걸 잊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 내가 물었을 때 너는 그 날을 기억 못하겠다고 했고 그때 나는 생각했는데 그건 네가 아주, 아주 빠르게 걷던 때였기 때문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