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자들이 계속 힘들어지는 이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남 잘 되면 우루루 따라해서 원래 잘되던 가게까지 망하게 하는 나라입니다." 씁-쓸.
뉴스에서는 자영업자들 폐업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자영업이라 함은 내가 없으면 그 일이 돌아가지 않는 일을 말한다. 즉, 자기 몸을 갈아서 돈을 버는 게 자영업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치킨집이다.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치킨은 굽고 배달은 보낼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뛰어들기 쉬운 만큼 망하기도 쉽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3년 안에 망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자영업자들은 왜 자꾸 생겨나고 왜 자꾸 망하는 걸까?
고용 불안에 따른 빠른 은퇴
대기업 기준으로 40대, 오래 버티면 50대 초반이면 회사를 나와야 한다. 요즘은 대리에게도 희망퇴직을 받는 시대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편안하게 오래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3년 이상 근속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야 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당연하다. 그 일자리가 쓸만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올해부터는 대기업도 신입공채 직원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이제 대기업도 경력직 위주로 뽑아서 신입사원을 실무자까지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 다음은 어딜까?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조직에도 칼을 댈 명분이 생기게 됐다. 앞으로 고용시장은 계속해서 한파가 들이닥칠 것으로 풀이된다.
은퇴를 앞둔 40대 대기업 과장, 부장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게 프랜차이즈 치킨집 그리고 음식점과 커피숍이다. 이미 포화상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다른 확실한 주특기가 없는 가장들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게 된다. 100미터 거리를 두고 치킨집이 2개 생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둘 다 망한다. 맛도 거기서 거기, 가격도 거기서 거기인데 무슨 용기로 창업한 건지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상거래 방식의 급격한 변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과 음식을 사던 사람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오프라인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더 싸고, 배달까지 해주니 몸도 더 편하다. 우리집 앞에도 동네에서 가장 싸다고 하는 채소가게가 있지만 쓱닷컴 새벽배송으로 사는 게 더 편하다. 시대의 흐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지 오랜데 식당, 치킨집, 빵집 차리는 건 도대체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온라인 세상에 가게를 차리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온라인시장도 포화 상태이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트렌드를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역행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잘 팔려도 망하는 자영업자들
장사가 잘 되던 식당 사장이 건물주가 갑자기 올려 쫓겨났다는 기사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장사가 잘 되는가 싶으면 세를 줬던 건물주가 식당 주인을 쫓아내고 비슷한 식당을 차린다. 이런 사태를 방지할 법제도도 없으며 있다 해도 부실한 형편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한국은 다같이 잘살자는 분위기의 사회가 아니다. 남에게 베푸는 여유는 본인의 경제사정이 넉넉할 때 나온다. 곳간이 넉넉해야 인심도 후해진다.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조금이라도 남의 돈을 뜯어먹으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던 치킨까지 편의점(대기업)에서 판다. 할머니/아줌마들이 생계를 이어가던 오뎅 포장마차도 사라지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오뎅까지 판다. 대기업은 돈이 된다 싶은 골목상권까지 모조리 흡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변화를 느끼고 치고 빠지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성공사례만 보고 뛰어드는 순진한 양떼
회사 다닐 때야 내가 사장이 아니니까 경영에는 신경을 쓰지 않던 사람들이 결국 자영업판으로 몰려든다. 순진한 바보들은 남들이 잘 된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1996년 PC방은 수년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스타크래프트를 등에 엎고 카트라이더 등 몇개의 빅히트 게임으로 PC방으로 부자가 되던 시대였다. 당시에 나도 친구와 함께 PC방에 자주 놀러갔는데 사업을 잘하던 사장들은 PC방이 잘 될 때 바로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작했다. 몇년 후까지 PC방 전성시대가 열려 우후죽순 PC방 프랜차이즈가 생기더니 어느덧 트렌드가 변해 다함께 망해갔다. 치고 빠진 사람은 큰 돈을 벌었지만 뒤늦게 PC방을 열었던 사람 십중팔구는 고꾸라졌다.
이마트의 부진과 삐에로쇼핑 폐업의 교훈
이마트는 창사 이례 처음으로 올해 적자를 냈다. 또, 다이소를 겨냥해 대기업 신세계에서 만들었던 만물잡화점 삐에로 쇼핑 7곳도 폐점한다. 수백억 적자를 내고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다. 유통 공룡도 휘청휘청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마트에 웬만해선 가지 않는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마트를 방문하지만 그렇지 않은 집들은 마트에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마트의 단골손님이었던 중장년층까지 모바일 쇼핑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은 불황의 시기에 돌입했다. 이마트를 시작으로 모든 마트가 곧바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집안에 돈 많으면 사업하고 아니면 회사 다녀
가까운 경제지 기자한테 들은 이야기다. 요즘은 창업/사업으로 대박나는 시대가 아니라고 했다. A기자는 집안에 돈이 많다면 한두번 망해도 다시 일어설 자금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 사업해서 성공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A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런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사업 시작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두운 밤이다. 한국의 밤도 당분간 어두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