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연구원 극단적 선택 사건

2020. 11. 3. 16:17라이프/이것저것 리뷰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현대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이찬희 연구원이 고위 임원의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익명 직장인 소통 앱 블라인드를 통해 해당 임원의 평소 행실이 드러나자 현대자동차 홍보팀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평소 현대자동차에서 지불하는 광고비로 생계를 유지하던 언론사들은 일제히 기사를 내렸다. 현대자동차는 사망한 연구원에 대한 조의금 규정을 '단, 사망 시 사회적 풍속을 저해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밝히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동료 직원 253명이 함께 호소문을 자체 제작하여 배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대디자인센터 이찬희 디자이너 추도사 및 호소문

 

작성자: 최현필 / 게시일: 2020년 10월 5일~30일 / 게시확인: 류진산 대의원

 

어릴 적부터 그의 꿈은 자동차 디자이너였습니다. 디자인센터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처럼 말이죠. 자동차 디자인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고, 2010년 1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의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일했던 그, 어느 누구보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했던 그,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고 해서 항상 즐거울 수는 없지만 2020년 초 본인이 감당하기에 지나친 책임감으로 병을 얻었고, 지난 4월부터 병가를 내어 병을 치료하면서 그 동안 가족들과 못다한 시간을 보내면서 완치하여 건강히 복직하기 위해 애썼으나,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9월 7일, 우리와 함께 일했던 남양연구소로 돌아오지 못하고, 9월 14일 공개되었던 그가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투싼 NX4도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하늘나라로 간 아빠가 출장이라도 간 것으로 아는 것인지 엄마에게 매일 밤 물어봅니다. "엄마, 아빠 언제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존경하는 현대기아자동차연구소 임직원 여러분. 이번 본인 사망에 대한 추도사 및 호소문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호소하는 이유는 회사의 '본인 사망 시 조의금 규정'에서 부조 대상 3번에 '단, 사망 시 사회적 풍습을 저해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 해당된다는 회사의 판단으로 회사의 호소문 전달 채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서 입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본 그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팠기에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추도사 및 호소문을 작성하여 알리는 점 너그러이 이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블라인드에 직원이 올린 글

현대디자인센터에서 발생한 이 슬픈일을 공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쇼맨십에 취해있는 유퀴즈 전무는 사죄하고 나가라. 당신으로 인해 죽음까지 선택하게 된 사람을 생각한다면. 

 

9월 초중순 발생했고 아직까지 모두가 하나가 된 듯 입다물고 있어 소식이 많이 알려진 거 같지 않다. 그동안 임원들이 책임연구원을 반 노예라고 생각하듯이 대하고 있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유퀴즈 임원은 호불호가 매우 극심하며 마음에 안드는 인원에게는 폭언을 눈에 보일 때마다 한다. "너는 나 회사 나가라고 디자인 이렇게 하는 거냐?", "너가 이러고도 디자이너냐?"라는 막말은 불호에 속한 책임급에게는 기본이었으며 해당 인원에게는 아래와 같은 폭언을 일삼는다. "이따위로 계속하면 창문에서 밀어버릴 거야!". "O만도 못한 O 니가 디자이너냐?"

 

이런 막말을 들으면서도 회사를 다녔다. 왜냐? 디자이너로서 인정받고 잘하고 싶었던 분이니까. 결국 이분은 지금 대박난 NX4의 디자이너입니다. 하지만 폭언으로 정신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유퀴즈 전무로 인해 우울증에서 시작된 것이 죽음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찬희 연구원이 참여한 투싼 NX4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