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 라이즌 실종사건 그리고 반전

2020. 9. 2. 10:51라이프/흥미로운 사건

미국 인디애나주 라포트 카운티(카운티는 한국으로 치면 군)는 범죄율이 낮고 경제력있는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친절하고 온화하여 평소 인디애나주에서도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라포트 카운티의 평판에 금이 가는 일이 생겼다. 

 

실종

1993년 3월 26일 저녁, 라포트 카운티에 살고 있던 16세 소녀 레이나 라이즌이 실종됐다. 그녀는 파인 레이크 동물병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장래에 수의사 자격을 얻어 직접 동물병원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 평소 친구집에 머무르거나 늦게 퇴근할 때면 늘 부모님과 함께 집에 돌아갈 정도로 부모님과 사이가 좋았던 딸이 돌아오지 앉자 부모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수색

지역 경찰과 보안관들이 실종사건으로 보고 레이나 라이즌을 찾기 시작했다. 실종된 레이나의 가족과 친구들도 수색에 동참했다. 레이나의 부모는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뿌렸다. 강도높은 수색작업이 결실을 맺었다. 라포트군의 외진 지역에서 레이나의 자동차가 발견됐다. 그러나 레이나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차 안에는 혈흔도 없고 흐트러진 모습도 없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발견

레이나 라이즌이 실종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라포트군의 어느 호수에서 그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실종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문제가 생겼다. 너무 오랜시간 물속에 잠겨있던 시신에서 그 어떤 증거도 채취할 수 없었다. 가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이 시작됐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한 사인이 밝혀졌다. 하지만 사인 외에 밝혀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나 라이즌(좌), 제이슨 팁스(우측 상단), 레이나 라이즌의 가족(우측 하단)

 

답보

레이나 라이즌의 실종사건은 답보상황에 놓였다.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사라졌다. 방송에서 레이나 라이즌의 살인사건을 다뤘지만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보도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묻히게 되는 걸까?

 

체포

1998년 레이 맥카티가 살인죄로 체포됐다. 당시 28세였던 레이 맥카티는 죽은 채로 발견된 레이나 언니의 남편, 즉 형부였다. 레이가 24세였을 무렵 고작 13세였던 레이나를 유린했다. 결국 레이나는 어린 나이에 형부의 아이를 임신했다. 결국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그는 감옥에서 형을 살았다. 그리고 얼마 후 보호관찰로 풀려났다. 형부였던 레이는 레이나와 그의 가족에게 나와 레이나 사이에 있던 일을 폭로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경찰에 레이를 신고한 레이나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레이를 유력용의자로 봤다. 경찰은 레이를 심문했다. 그는 레이나가 실종됐을 당시 어디 있었냐는 질문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황증거 외에 물적증거나 목격자가 없었다. 그를 기소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결국 15개월 후 그를 풀어준다.

 

의심

당시 미디어와 대중은 레이나가 거주하던 지역 근처에서 살인행각을 벌였던 연쇄살인범 레리 드웨인 홀(래리 홀)을 의심했다. 여자들을 주로 살해했기 때문에 더욱 심증이 갔다. 2010년 크리스 마틴이 쓴 연쇄살인범 레리 홀에 관해 쓴 책에는 래리가 레이나를 죽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나온다. 저자는 래리 홀과 레이나의 형부인 맥카티가 같은 학교에서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래리 홀의 수사를 마치고 레이나의 용의선상에서 래리 홀을 제외한 상황이었다.

 

범인

레이나가 사망한지 20년이 지난 2013년 레이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8세 제이슨 팁스였다. 레이나가 실종됐을 당시 18세였던 그는 레이나와 사겼다. 짧은 만남이었고 둘은 곧 헤어졌다. 그러나 제이슨의 사랑은 곧 집착으로 변했다. 레이나에게 다시 만나자고 편지도 썼다. 레이나의 버려진 차에서 제이슨의 반지가 발견된 것도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계기였다. 

 

배신

레이나를 살해한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과학수사가 아니었다. 범인의 친구 덕분이었다. 2008년 제이슨 팁스의 친구였던 리키 해먼스는 라포트주의 한 형사에게 레이나 라이즌 미제사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제이슨 팁스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양아치였다. 유영철을 뛰어넘고 싶었던 정남규처럼 리키 해머스는 제이슨 팁스의 명성을 따라잡고 싶었다. 

 

리키는 레이나가 사라진 1993년 3월 26일  그의 여동생 남자친구였던 에릭 프리먼과 제이슨 팁스가 탄 차에서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진술했다. 제이슨 팁스가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고 시신이 담요에 말려 있는 걸 봤다. 에릭 프리먼은 무슨 일이 있었냐며 제이슨 팁스와 논쟁을 벌였고 리키 해먼스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경찰은 에릭 프리먼을 찾아 나섰다. 그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만약 레이나 살인의 공범으로 지목된다면 가석방은 물건너 갈 처지였다. 에릭 프리먼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감형을 사건의 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대신 감형을 요구했다. 친구들의 배신 덕에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진실

에릭은 사건 당일 제이슨과 함께 차를 타고 파인 레이크 동물병원으로 갔다. 제이슨이 레이나를 다시 만나자고 설득하려고 했다. 대화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레이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고 둘은 다투기 시작했다. 에릭은 제이슨과 레이나를 차에 태우고 외진 곳으로 갔다. 언쟁은 그칠줄 몰랐다. 레이나에게 말싸움에서 완패한 제이슨은 레이나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목을 졸라 그녀를 살해했다. 제이슨과 에릭은 레이나의 시신을 함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향한 곳이 바로 리키 해먼스를 만난 장소였다.

 

처벌

2014년 11월 7일 리키 해먼스와 에릭 프리먼의 증언으로 제이슨 팁스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물적증거가 부족한 탓이었는지 40년형에 그쳤다. 20년 이내에 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형량이었지만 레이나의 가족들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고 범인이 잡혔기 때문에 한숨 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