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추천 Amanda Knox

2020. 8. 3. 18:50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고 다른 나라 감옥에 갇힌다면?

 

미치지 않는 게 더 신기하지. 아만다 녹스는 미국인으로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 페루자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영국인 여학생과 룸메이트로 지냈는데 어느날 룸메이트가 목에 자창을 입고 살해당한다. 당시 이탈리아인 남자친구 라파엘 솔리시토의 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 신세를 지게 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인터뷰한다. 마치 영화처럼 잘 만들어진 다큐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아만다 녹스

 

감상 포인트 1. 기자의 특종 집착과 자극적인 헤드라인

다큐 아만다 녹스는 기자의 특종에 대한 집착과 선정적인 보도를 꼬집는다. Foxy Knoxy(불여우 녹스), Witch(마녀)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섹스에 미친 섹스광으로 아만다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만다가 내 동생이라면? 내 친구라면? 내 딸이라면? 절대 그렇게 쓰지 않겠지. 다큐 마지막 부분에서 당시 사건을 취재한 기자의 인터뷰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관이다. 미디어 바닥에서는 경쟁사보다 빨리 특종기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떳떳하게 이야기하는데 어쩜 그리 사람이 가벼워 보일까. 성과주의로 점철된 미디어 업계와 저널리즘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감상 포인트 2. 누명을 쓴 피해자의 사생활과 2차 가해

아만다가 감옥에서 쓴 일기가 미디어에 통째로 공개됐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구글에서 원본을 찾을 수 있었다. 일기장에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성적인 단어를 올려놓은 게 있었는데 이를 보고 이탈리아 대중은 Pervert(변태성욕자)라며 아만다를 놀려댔다. 특종에 눈이 먼 기자들은 저마다 들은 이야기를 신문에 올렸고 대중들은 언론과 함께 마녀사냥에 열을 올렸다. 

 

감상 포인트 3. 오심과 그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단 한가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게 있으니 바로 수명이다. 세계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한국최고 갑부인 삼성그룹 이재용도 150살까지 못산다. 80살에서 100살 사이로 살다가 대부분 죽는다. 그만큼 시간이 갖는 가치는 거대하다. 

 

거의 10년의 시간동안 오심과 마녀사냥에 시달린 아만다와 그녀의 남친 라파엘의 잃어버린 시간과 극심한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결국 이탈리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만다와 라파엘은 그 당시만 잠시 기뻐했을 뿐 그동안의 상처와 우울함을 지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아만다는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 시애틀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시애틀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미디어에서는 그녀를 마치 창녀, 호색한, 변태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탈리아 대중들은 법원이 아만다에게 무죄를 선고했을 때도 Shame! 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소리쳤다.

 

만에 하나 아만다나 라파엘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만다를 비난하던 언론과 대중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발뻗고 잘 잤을 거다. 아만다와 라파엘에 대한 보상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오심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날 보기에 적절한 다큐멘터리다.